'비어밸리(beer belly)'. 맥주를 많이 마시는 성인 남성들의 볼록한 배를 지칭하는 말이다. 국내에선 '술배'로도 불린다. 맥주 한 캔의 칼로리는 153kcal, 소주 한병은 408kcal 정도다. 공기밥 200g 한 공기가 300kcal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술 자체 칼로리도 문제지만 함께 먹는 안주가 더 큰 문제다. 알코올이 몸 속에 들어가면 식욕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술만 마시면 '폭식'과 '야식'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여 기관으로 유명한 스웨덴 카롤린스카대 연구진은 알코올이 식욕을 자극하는 것은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 탓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2001년 발표했다.
이들은 건강함 성인 남녀 14명이 물과 술을 각각 마신 뒤 혈액 속 단백질과 호르몬 변화 등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혈액 속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 렙틴 분비가 억제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렙틴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면 인체에 '더이상 음식을 먹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알코올이 렙틴 분비를 30%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렙틴이 제 역할을 못하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음식을 계속 섭취할 수 있다. 술이 식욕 촉진제 기능을 하는 것이다.
문경민 365mc 분당점 대표원장은 "알코올은 식욕을 억제하는 뇌 시상하부에 직접 영향을 미쳐 달고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를 높인다"며 "철저하게 식단관리를 하다가도 술 한잔이 들어가면 참지 못하고 안주를 폭풍흡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했다.
그렐린은 야식 증후군과도 연관이 있다. 늦은 회식 탓에 밤 늦게 음식을 먹는 습관이 굳어지면 뇌는 늦은 밤에 식사를 하는 게 정상이라고 학습하게 된다. 회식이 없을 때도 같은 시간이 되면 그렐릴을 분비해 늦은 밤 음식을 찾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술은 인체가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쓰는 것도 방해한다. 사람의 몸은 에너지원으로 알코올을 우선 사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열량을 내기 위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보다 먼저 알코올을 쓴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다른 영양소는 칼로리로 소비되지 않고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고스란히 체지방 등으로 저장된다는 의미다.
남성은 술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어 복부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내장에 지방이 쌓이는 내장지방은 몸 속 염증수치를 높이고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약이나 수술로 해결할 수 없어 식단 조절과 유산소 운동 등으로 제거해야 한다.
술 때문에 망가진 식습관을 바꾸려면 음주량을 줄여야 한다.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식적으로' 안주량을 절반 정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평소 술을 마실 때 안주로 치킨을 세 조각 정도 먹었다면 한두 조각만 먹는 방식으로 줄이는 것이다.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스로 매일 먹는 칼로리를 계산해 '이성의 도움'을 받아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다. 1주일에 체중 0.5kg 정도를 빼려면 이론적으로 매일 500kcal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설탕이나 밀가루, 포화지방으로 구성된 안주 대신 채소와 과일, 통곡물, 단백질로 구성된 안주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식후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대신 딸기를 섭취하고 평소 탄산음료 대신 물을 먹는 것이다. 요리를 할 때는 버터 대신 식물성 기름인 올리브유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고강도의 간헐적 운동(HIIE)을 하면 몸 속 지방을 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숨이 턱 끝까지 찰 정도의 운동을 짧은 시간 주기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뱃살'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이지현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