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흥부가 자동차를 삽니다
쏘나타가 3냥이라고 해서 사러 갔더니 딜러가 그건 깡통이라면서
시트도 좋은 걸로 바꾸고 외관도 조금 업그레이드 하래
그래서 4냥을 주고 계약했어요
놀부가 보더니, 그 돈이면.. 그랜저 깡통을 사지
그래서 흥부가 다시 그랜저 깡통을 4냥에 사러 갔더니
딜러가 고갱님 휠도 1인치 올리면 더 멋지고
반자율주행 옵션을 넣으면 거의 테슬라래
그래서 한 6냥 주고 그랜저를 샀습니다
또 그걸 본 놀부가, 그 돈이면.. 제네시스 깡통을 사지
이 이야기의 교훈은 뭔가요
깡통 쏘나타와 풀옵션 쏘나타는 다른 차다 ..^^
사실 아파트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입주자모집공고문에서 보는 가격은 거의 깡통 쏘나타에 가깝고요
이거저거 고르다 보면 풀옵션 쏘나타를 보고 겸손해지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옵션 욕심이 나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아파트 옵션을 고를 때 과연 이게 비싼 건지 아닌지
내가 호구 당하는 건지 아닌지 알려드립니다
형진이가 1년치 공고문을 다 뒤져서 평균을 알려드려요
..얼마 없더라고요
자 이건 최근 1년 동안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전용 84㎡ 주택형 기준 옵션 가격입니다
맨 밑에 평균가 써놨죠
그리고 붉은색과 파란색은 옵션별 최고가와 최저가를 표시한 겁니다
중요한 건 굵게 표시한 글자들인데
같이 보면서 하나하나 설명해드릴게요
우선 가장 대표적인 아파트 옵션이 발코니 확장이죠
원래는 실내와 발코니가 구분돼 있는데
여기서 발코니 부분을 터서 실내로 쓴다면
전용면적엔 포함되진 않지만 실제 사용하는 공간은 넓어지는 거죠
자세한 개념은 예전에 설명했어요
모델하우스는 보통 확장형 기준으로 시공을 해놓습니다
넓게 보여야 하니까요
대신 확장하기 전의 면적은 여기 보이는 점선으로 표시해 둬요
보시는 것처럼 차이가 되게 크죠
그래서 수분양자의 70% 정도는 발코니 확장을 선택하신다고 해요
문제는 그럼 도대체 얼마가 적정한 확장비냐, 이거죠
분명히 같은 전용 84㎡ 기준으로 추린 건데
어떤 집은 440만원, 어떤 집은 3300만원입니다
아니 동네마다 발코니를 확장하는 공법이 달라서 차이가 있는 걸까요?ㅎㅎ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많은 분들이 고르는 옵션이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도 가불기를 겁니다
분양가엔 맥시멈 걸었으니 대신 옵션에서 돈을 더 내라
다시 보죠, 서울 평균이 2000만원 정도입니다
근데 최저가 440만원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 같아
그걸 빼고 계산하면 2200만원이 평균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발코니 확장비가 이 가격을 넘어간다, 그럼 약간 바가지가 맞아요 ^^
재작년에 분양한 강남 원탑 래미안원베일리 확장비가
전용 74㎡ 기준 900만원이었습니다
발코니 다음으로 많이 고르시는 게 중문인데요
요즘 아파트는 현관에서 거실 들어갈 때 문 하나 더 있잖아요
3단으로 촤르륵 되는 것도 있고, 그게 중문이에요
사실 얘는 옵션이면 안 되는 친구죠ㅎㅎ
조금 좋은 단지들은 아예 기본으로 딸려 있고요
가격도 보시는 것처럼 거의 비슷비슷해요
문짝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거의 200만원 선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비싼 친구들이 있긴 있어요
그리고 바닥 특화도 많이 하시죠
오른쪽은 일반적으로 그냥 깔려있는 강마루고요
왼쪽은 옵션이죠, 폴리싱타일
이 집은 대리석 깔았네, 라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마감재잖아요
그리고 구석에 있는 건 형진이 발가락 ..^^
..저땐 발냄새 안 나던 젊은 시절
그런데 이 가격표를 보면
아니 똑같은 폴리싱타일인데 어떤 집은 200만원이고 어디는 1800만원이야?
그렇진 않고 더 좋은 마감재가 적용되는 집들도 있습니다
거실만 하는지, 거실+방까지 하는지
집집마다 옵션을 시공하는 범위도 달라서 평균의 의미가 크지 않아요
중요한 건 이게 바닥 특화의 최소 비용이라는 거예요
나는 그냥 거실만 요만큼 마루 말고 타일 깔고 싶은데
어떤 집엔 그 옵션이 없어서 전체를 깔아야 되는 거예요
차 살 때도 똑같잖아요
슈퍼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라서 보조배터리를 추가하고 싶어
그런데 보조배터리를 사려면 빌트인 캠까지 사야돼
인질로 묶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돈 100만원을 더 내게 하는 게 바로 옵션질이라는 겁니다ㅎㅎ
근데 아파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죠
단가가 높은 단지들은 옵션이 세분화 돼 있지 않고
다른 것, 예를 들면 바닥만이 아니라
아트월 같은 벽재라든지
..믿기 힘들겠지만 아트예요
어쨌든 다른 게 같이 묶여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나는 정말 허튼 데 돈 쓰기 싫어
그럼 하고 싶은 옵션도 포기해야 하는 겁니다
..보조배터리를 포기한 형진이처럼
주방 상판도 엔지니어드스톤 옵션 많이 고르시는데요
이 친구도 대리석 느낌을 내는 마감재거든요ㅎㅎ
근데 상판만 딱 엔지니어드스톤으로 갈아버릴 수 있냐
이 바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고갱님
저기 125만원 같은 곳들은 뭐 그렇게 해주겠지만
3700만원이란 건 무슨 얘기일까요
나는 상판만 갈고 싶어도 쿡탑, 후드, 가구까지 인질로 잡혀 있다는 거죠
심지어 유럽산
이 사진이 3700만원짜리 주방은 아니지만
옵션을 막 붙이면 이런 느낌이 나게끔 바뀐다는 거예요
싱크대 수도꼭지를 수전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대표적으로 수입산 옵션이 많은 편이에요
왠지 광도 더 잘나는 것 같고..
의외로 가장 규격화된 옵션이 시스템 에어컨인데요
일반적인 전용 84㎡
그러니까 거실+안방+작은방 2개
이렇게 에어컨 4대 들어가는 집은 서울 평균이 700만원 안쪽입니다
여기 1300만원짜리는 에어컨 6대가 들어가는 집이고
870만원, 780만원은 5대 들어가는 집이라서 그래요
특화설계라서 방이 늘어난다, 알파룸이 생긴다
그렇다면 에어컨도 거기 맞춰서 한 대 추가해야 하는 겁니다ㅎㅎ
다시 종합해서 보면 옵션별 평균 가격은 이렇죠
단지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같은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중요한 건 옵션이 쪼개져 있을수록 소비자 입장에선 유리하다
패키지로 묶여 있으면 형진이의 보조배터리를 떠올리세요 ^^
사실 거추장스러운 옵션 다 빼고
완전 깡통아파트로 분양받을 수도 있어요
이걸 마이너스 옵션이라고 합니다
분양가에서 기본사양만큼 몇 천만원 빼주죠
내가 인테리어를 따로 하고 싶어
그런 분들은 마이너스 옵션을 고르시기도 하죠
다만 이 경우 다른 집들이 먼저 입주한 상태에서
우리가 시끄럽게 인테리어 공사해야 하는 거잖아요
온갖 미움을 다 감당해야 합니다ㅎㅎ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이재형·조희재 PD
편집 이재형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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