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국(形局)’이란 말이 있다. 여기에 서술격 조사 ‘-이다’를 붙여 서술어로 흔히 쓰는데, 자칫 군더더기일 때가 많다. 쓰일 만한 자리가 아닌데 습관적으로 붙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대개 ‘~하는 형국이다/양상이다/상황이다/실정이다/모습이다/상태다’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쓰임새도 비슷해 모두 같은 ‘오용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 서술어들이다.
“국가별로 보더라도 대다수 국가의 기업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서술부를 ‘~증가하고 있다’ ‘~결정했다’로 끊어 쓰는 게 ‘힘 있는 문장’을 만드는 비결이다. 굳이 ‘양상’, ‘상황’이란 말을 덧붙여 설명하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양상인지 또는 상황인지 뭔지는 읽는 이가 풀어야 할 몫이다. 이들은 이중서술어로, 대부분 글을 늘어지게 할 뿐이다. ‘~하고 있다’, ‘~한다’ 식으로 끊어 쓰는 게 요령이다. ‘팩트 위주로 간결하게 써라.’ 이것이 저널리즘 언어를 구사하는 방식 중 하나다.
문장 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글쓴이의 의도부터 추정해 보자. ‘이슈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모습이다?’일까. 또는 ‘이슈로 부상하는 듯하다’를 쓰려고 했던 것일까. 그게 오히려 더 가까울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 이 이슈는 오래전부터 현안으로 떠올라 있었고 지속적인 보도가 있었다. 그러니 ‘듯하다’를 쓸 자리도 아니다. ‘듯하다’는 무언가를 짐작하거나 추측하는 의미가 담겼을 때 하는 말이다. 아마도 시기적으로 전기료 인상 논란이 다소 가라앉았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형국’을 쓸 이유가 없다. 곧바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런 유형의 오류는 흔하다. 하지만 대부분 오류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긴밀하고 정치(精緻)한 글을 써야 할 때는 군말을 덧댈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제 근래 전세 사기가 불거졌을 때 이를 전한 다음 문장이 왜 늘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내놓은 경매 유예 조치만으로는 피해자의 주거 안정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완화 수준 및 기간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하면 더 힘 있고 깔끔한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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