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시사잡지 타임의 표지 인물로 선정되고도 울상을 지었다.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만들려는 지도자로 묘사된 탓이다.
타임은 12일 발매한 잡지의 표지 인물로 기시다 총리를 실었다. '일본의 선택'이란 제목과 함께 기시다 총리가 "오랜 평화주의를 버리고 자국을 진정한 군사대국으로 만들려 한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기시다 총리가 방위비를 증액해 일본을 "세계 3대 경제대국에 맞는 군사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안보 3문서를 개정하고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기로 결정한 것을 전하며 작년 7월 선거 유세 도중 피습 당해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은 근본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강조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과 '방위력 강화'가 서로 모순된다는 의견도 소개했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민간인 집단학살이 벌어진 우크라이나 부차를 직접 방문해 부차가 히로시마와 닮은꼴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 외무성의 항의로 온라인판 제목은 '기시다 총리가 평화주의였던 일본을 국제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인 영향을 발휘하도록 만들려 한다'로 수정됐다. 다만 발간된 잡지의 제목은 바뀌지 않았다.
일본 측의 반응과 관계없이 람 에마뉘엘 주일미국대사는 트위터에 "기시다 총리가 외교 등으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표지를 장식해 축하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과 함께 지난 4월 이 잡지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중 한 명으로도 선정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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