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횡령혐의에도 급등했지만…이화그룹株 상폐 가능성 "투자 유의"

입력 2023-05-12 18:18   수정 2023-05-13 01:05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후 이화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 전 회장 구속 후에도 이화그룹 계열사 주가는 급등하고 있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이아이디와 이트론은 각각 20.52%, 29.67% 올랐다. 전날엔 김 전 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각각 30%, 23% 하락했다. 전날 하루 거래 정지를 당했던 이화전기 주가도 이날 16.75%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2시22분께 ‘사실상 업무집행지시자의 대규모 횡령·배임 혐의설의 사실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한 직후 이화전기의 주식 거래를 다시 정지시켰다. 이아이디, 이트론의 주식 거래도 중단됐다.

이날 주가가 급등한 것은 회사 측의 공시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화전기는 전날 전·현직 임원 등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한 거래소 조회공시에 대해 “김성규 대표의 횡령 금액은 계열사를 포함해 8억3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주가가 반등한 것은 횡령 금액이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거래소는 이화그룹 계열사의 내부통제 리스크를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배임과 내부 폭로 등 사건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2015년 김 전 회장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도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를 받았다. 이화전기 실소유주로 여겨졌던 김 전 회장 등이 회사돈 18억원을 횡령하고 17억4000만원을 배임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약 7개월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거래소는 김 전 회장이 이화전기와 이아이디 등 이화그룹 계열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고 주권 매매 거래정지를 풀어줬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여전히 이화그룹 계열사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10여년간 급여 명목으로 11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5∼2017년 싼값에 사들인 이화전기공업 등 계열사 주식을 허위 공시 등의 방법으로 비싸게 되팔아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의 경영 개입 논란은 2021년에도 불거졌었다. 당시 소명섭 이화전기 대표가 사내 메일을 통해 “모든 결정에 결재만 안 했을 뿐 뒤에서 개입해 사익을 채우고 있다”며 김 전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소 대표는 취임 1년 만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화그룹은 김 전 회장의 경영 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화전기는 전날 공시를 통해 “김영준 전 이화전기 회장은 현재 당사와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며 “구속영장청구서 등 자료를 확보할 수 없어 (횡령·배임) 금액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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