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그려진 레몬이 모두 몇 개인지 아는 분 계신가요?”
지난 1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청담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송은. 정규 운영시간이 끝나 숨 죽은 듯 조용한 전시장에 정승현 큐레이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질문을 받은 관람객 10여 명이 재빠르게 손가락으로 그림 속 레몬을 세더니 “50개” “60개”를 외쳤다.
이어지는 정 큐레이터의 설명. “정답은 79개입니다. 중국 예술가 허샹위가 2014년 홍콩의 ‘노란 우산 혁명’이 79일간 지속된 데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에요”라고 설명하자,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르떼 회원은 이날 글로벌 ‘큰손’들도 스위스로 날아가서 본다는 ‘슈퍼 컬렉터’ 울리 지그가 모은 작품을 약 2시간 동안 ‘프라이빗’하게 즐겼다. 난해하고 어려운 게 현대미술이라지만 밤의 미술관은 예외였다. 정 큐레이터가 작품의 의미와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준 덕분이다. 최민석 씨는 “퇴근 후엔 미술관이 문을 닫아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없었는데, 아르떼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고 말했다.
한 작품을 느리게, 여러 각도로 뜯어보는 것도 밤의 미술관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한 회원은 거리와 각도에 따라 다른 색깔을 뿜어내는 얀 레이의 설치작품 ‘엑스터시’(2019)만 10분 넘게 감상했다. 그는 “이렇게 느긋하게 감상하는 건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회원들은 막이 오르지 않은 무대 뒤편으로 곧장 들어갔다. 투어를 진행한 배지연 무대감독이 뮤지컬 음악을 책임지는 오케스트라 위치부터 배우들이 마이크를 착용하는 방법, 무대 위에서 정확한 위치를 찾도록 바닥에 붙인 스티커 등 숨겨진 무대의 비밀을 알려주자 투어 참가자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기차 장면에 나오는 소품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한 회원은 “무대 위에 올라 객석을 바라보자 마치 배우가 된 듯했다”며 “이렇게 벅차오르는 느낌이 든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고 했다.
투어 참가자들은 대학생부터 중년 여성까지 다양했다. 진즉에 ‘영웅’을 관람했지만 다시 한번 감동을 느끼기 위해 신청한 회원도 있었고, 평소 궁금했던 백스테이지를 보기 위해 댓글 이벤트에 참여한 회원도 있었다. 에이콤 관계자는 “아르떼 회원들이 투어 도중 감독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는 등 분위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선아/신연수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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