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대신 미술관…데이트 코스 바뀌었네

입력 2023-05-12 18:25   수정 2023-05-13 02:06


‘썸 타는’ 청춘 남녀가 만나 밥을 먹었다. 다음 코스는 어디가 좋을까. 지난 수십 년간 ‘모범 답안’은 영화관이었다.

요즘엔 다르다. 데이트 장소로 영화관 대신 미술관·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게 문화예술계 사람들의 얘기다. 몇몇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2515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에 비해 54.3%나 줄었다. 반면 미술관·박물관 관객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소폭 늘었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객은 341만 명으로, 2019년 대비 2% 증가했다.

데이트 코스로 영화관이 지고 미술관이 뜨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일단 영화 티켓값 급등, 대체재 등장(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여파로 영화관을 찾는 이가 줄어든 게 첫 번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관의 빈자리를 채운 게 미술관이다. 인기 장소에서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젊은 층의 놀이문화가 미술관 나들이와 딱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하자 영화관들은 티켓값을 1만1000원 수준에서 1만5000원 수준으로 확 올렸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수도 줄였다. 티켓값은 올랐는데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넷플릭스 등 강력한 대체재까지 있으니 영화관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건 당연했다. 다른 데이트 코스를 찾던 2030세대가 눈을 돌린 곳이 미술관이다. 2021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평생 모은 미술 작품을 대거 기증한 데다 미술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마침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전시와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전’,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전’(사진) 등 좋은 전시도 많이 열렸다.

2030세대는 미술관과 금방 친해졌다. 영화관에선 할 수 없는 인증샷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점, 영화가 시작하면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극장과 달리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점 등이 인기 요소로 꼽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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