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어 민주당이 야당이 되자 선심성 감세 포퓰리즘에 빠졌다. 세금을 깎아주자는 입법을 남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5월 첫째주까지 민주당(116개)이 발의한 감세 법안은 여당인 국민의힘(68개)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포퓰리즘 감세 입법은 정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비례)은 최저임금의 두 배 이하인 선원 임금에 대해 아예 비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최근 내놨다. 이 법안은 소득세수를 5년간 2954억원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다른 해외 근로자와의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올해 적용되는 전체 소득세 조세지출 규모는 약 40조4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주택·농사용 전기와 주택용 도시가스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내년까지 아예 ‘0%’(영세율)로 하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2년간 3조5455억원이 드는 법안이다.
한 세제 전문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전기·가스요금에 반영하지 않은 채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식으로 서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건 조삼모사”라고 비판했다.
이 조항은 올해 말 일몰이 종료되는데, 일몰을 연장하고 면세 규모를 확대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 여섯 명이 저마다 대표 발의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에 따르면 일몰이 5년 연장되면 6조8854억원의 국세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특례에 대해 “농가 소득 증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일몰 연장에 부정적 평가를 하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같은 당 의원끼리는 협의해 단일안을 충분히 낼 수 있다”며 “의원 개인의 입법 성과를 올리는 데 매몰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재정건전성을 방어할 재정준칙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관료 출신 세제 전문가는 “재원이 한정된 만큼 경제 선순환 효과를 극대화할 분야에 세제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원종환 기자 jyh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