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광명오토랜드(경기 광명시 소하동 공장)가 52년 전 지정된 그린벨트 규제에 묶여 전기차(EV) 생산라인 전환 시 수백억원의 부담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이 들어선 이듬해인 1971년 지정된 황당한 규제가 반세기를 넘은 현시점에 미래차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광명시와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광명오토랜드 2공장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기아는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소하리 공장이 1971년 도시계획법 개정 전에 착공됐지만 예고 없이 이듬해 그린벨트에 포함된 뒤 현재까지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서다.
기아는 6월부터 2공장을 ‘셧다운’하고 4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오토랜드 1공장과 2공장의 생산량은 각각 연간 15만 대로 1공장에선 EV9 등 전기차를 이미 생산 중이다. 2공장에선 내년 6월부터 EV3, EV4 등 신형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예상치 못한 ‘청구서’에 기아가 말을 아끼는 가운데 광명시는 “보조금을 주진 못할망정 미래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가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광명시에 따르면 기아는 공장 증축으로 지금까지 220억원가량의 부담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기차 라인 전환에 따른 부담금도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광명시는 그린벨트 지정 전에 설립된 공장은 그린벨트 보전부담금 부과율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고 조만간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등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경기도와 광명시의 최근 전수조사에 따르면 광명오토랜드처럼 그린벨트 지정 전에 공장이 들어섰는데 이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공장 신·증설 시 부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은 경기도에만 7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규식 광명시 부시장은 “각국이 경쟁적으로 전기차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마당에 50여 년 전 사실상 행정 미비로 규제지역에 묶인 공장에 대해 지원은 못 하더라도 부담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김일규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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