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1,2)에서는 지난 3월말 발표한 두 나라의 저출산 종합 대책을 항목별로 비교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이번 저출산 대책에서 두 나라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분야다. 일본이 한국에 비해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분야이기도 하다.
일본의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은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있는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일본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이미 공식적으로 세계 최고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설마 그럴리가'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사실이다.
2019년 유니세프는 일본의 육아휴직 제도를 41개 회원국 가운데 1위로 평가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반 년 동안 기존 임금의 67%를 지급하는 제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의 육아휴직 제도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나라의 문제는 세계 최고의 육아휴직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육아휴직법을 시행한 건 무려 30년 전인 1992년 4월부터다. 그런데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오랫동안 1% 미만이었다.
일본 정부가 2025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30%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서야 2021년 사용률이 13.97%까지 올랐다. 하지만 사용기간이 1일에서 2주 미만이 대부분이어서 육아휴직을 충실하게 활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근로자수 1000명 이상의 기업에 매년 1회 이상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2025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의 목표치는 50%로 올렸다. 2030년까지는 남성의 85%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목표도 새로 내걸었다.
맞벌이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을 하거나 단축근무를 해도 소득의 100%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쓰기 힘든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경제적인 지원을 추가할 계획이다.
일본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에 목을 매는 건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와 가사를 분담할 수록 둘째와 셋째를 갖는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육아로 갈등을 빚는 부부들은 단번에 공감하는 연구결과다.
보통의 일본인 부부가 갖는 자녀의 수는 1972년 이후 40년 가까이 2명 이상이었다가 2010년 1.96명으로 처음 2명선이 무너졌다. 1982년에는 아이가 한 명인 부부의 비율은 9.1%로 극소수였다. 55.4%는 아이가 두 명이었다.
2015년 아이가 1명인 부부의 비율은 18.5%로 33년 만에 두 배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2명인 비율은 54.1%로 33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일본인들은 여전히 ‘자식은 두 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조사에서 부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의 수가 2.32명으로 2명 이상을 유지하는데도 알 수 있다. 남편이 가사와 육아 분담만 해준다면 아내도 기꺼이 둘째, 셋째를 가질 뜻이 있고 그만큼 출산율을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부의 소득을 보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2021년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부부들을 대상으로 ‘둘째를 갖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때 "육아와 교육에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 52.6%로 최다였다.
자녀가 셋 이상인 가정에 주거를 지원하고 육아수당을 파격적으로 높여주는 정책에서 보듯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둘째와 셋째를 많이 낳게 하자는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정부는 다자녀 공공주택의 입주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셋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둘만이라도 낳아달라는 뜻이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부모가 하루에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하더라도 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참고로 지난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한 한국의 근로자는 1만9000명이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이 국운을 걸고 준비한 저출산 대책을 비교해봤다. 대책은 누구나 장밋빛으로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실현이다. 그리고 실현을 가능하게 만드는 필수 조건은 예산이다. 두 나라는 저출산 대책을 실현할 수 있는 실탄을 충실히 준비해 뒀을까.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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