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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산층의 소비지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에 사무직 감원이 본격화해서다. 소비가 둔화하면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달 미국 가구당 신용카드 지출액이 1년 전에 비해 1.2%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소비 지출이 감소한 건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BofA에 따르면 고소득층 가구의 소비지출이 중산층 지출보다 적었다. 고소득층 일자리가 올해 들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성장이 둔화하자 IT업계를 비롯해 투자은행(IB) 등이 긴축 경영에 돌입해 사무직 직원을 대거 감원했다. 연봉이 높은 고소득층 실업률이 저소득층을 웃돌기 시작한 것이다.
BofA는 리서치 보고서에 "소득 상위 40% 가구가 전체 소비지출의 60%를 차지한다"며 "노동 시장이 둔화하며 벌어진 고소득층의 지출 축소는 미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짚었다.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서 각 기업의 올해 실적도 악화할 전망이다. 소비재 판매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특히 증폭됐다. 미국의 아동복업체 카터스는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소비 약세를 강조했다.
리처드 웨스텐베르거 카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플레이션, 고금리, 부채 증가 등으로 인해 소비자 신뢰도가 악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드레 슐텐 프록터앤갬블(P&G) CFO도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현재 기업들은 변동성이 매우 큰 소비자와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시달리는 소비계층이 올해 1분기 어닝시즌을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까지 소비 둔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리스티나 카타이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임금 상승률 둔화,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지출에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어닝 시즌에 소비재 기업 경영진과 논의한 결과 생필품을 우선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는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는 유통업체 3곳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마트, 코스트코, 달러 트리 등이다.
세 기업의 주가도 순항 중이다. 매출에서 식료품 비중이 큰 월마트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7.6% 상승했다. 창고형 유통업체 코스트코도 9.6% 올랐고, 저가형 유통업체 달러 트리는 8.8% 상승했다.
애널리스트 대다수가 세 기업에 대한 투자 의견으로 '매수'를 선택했다. 코스트코는 40명 중 28명이 매수를 권유했고, 월마트는 44명 중 36명이 매수 의견을 냈다. 달러 트리의 경우 30명 중 절반이 매수를 제언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 기업은 이달 말 연달아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월마트가 오는 18일에 실적을 공개한 뒤 달러 트리(24일), 코스트코(25일) 순으로 실적을 발표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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