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으로 연인에게 증여받은 돈에 세무당국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A씨가 서울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미성년자이던 2004~2005년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전업 주식투자자 B씨(50)를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B씨는 A씨에게 경제적 지원은 물론 A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식거래를 해주기도 했다.
반포세무서는 A씨가 2011년 4300만원의 이자소득과 2014~2017년 부동산 3건을 취득하자 2019년 A씨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했다. 세무서는 A씨가 2006~2012년 B씨로부터 73회에 걸쳐 총 9억3700만원을 입금받았음을 확인했다. 이 중 1회당 100만원 이상 입금액인 9억2300만원이 A씨가 증여받은 금액으로 산정됐고 세무서는 2020년 5월 A씨에게 5억3000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2021년 11월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해당 금액은 '조건만남'의 대가로 지급됐으므로 증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중 5억원은 B씨가 미성년자 성매매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이후 합의금 내지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어서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도 폈다.
법원은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돈은 증여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앞서 A씨가 B씨와 민·형사상 소송을 벌이던 중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주장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B씨는 앞서 "A씨가 7억원을 빌렸지만 갚지 않았다"며 2017년 A씨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러자 B씨는 이듬해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A씨는 "B씨가 경제적 지원을 한 건 연인관계로 교제하면서 지원해준 것"이라 주장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금전은 원고가 성인이 된 이후 B씨로부터 받은 금전"이라며 "B씨와 연인관계로 교제하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진술했으므로 성매매 대가가 아닌 교제하며 증여받은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합의금 명목의 5억원에 대해서도 "5억원이 합의금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자료 명목으로 5억원의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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