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LCC도 올해 들어 역대급 실적을 냈다. 진에어는 이날 1분기 매출 3525억원, 영업이익 84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422% 급증했고,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여행객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 및 삿포로 등으로 신규 취항을 늘린 덕택이다. 티웨이항공은 1분기 매출 3587억원, 영업이익 827억원으로 16분기 만에 흑자를 냈다. 지난해 A330 등 대형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올해 1분기 시드니 정기 노선 취항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에어부산은 1분기 매출 2131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의 성적을 거뒀다. 창사 후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며, 16분기 만에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LCC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경영의 ‘내실’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이 25%를 웃돌았다. 이는 호황기의 반도체 사업에 견줄 정도며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인 5~10%보다 2~4배가량 높은 수치다. 먼저 진에어가 24.1%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티웨이항공(23.0%)과 에어부산(22.4%)도 모두 영업이익률이 20%대를 넘겼다.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영업이익률이 16.7%를 기록했다.
국내 상장 LCC 4사 모두 2019년 코로나 이전 영업이익률도 훌쩍 넘어섰다. 2019년 1분기 영업이익률을 보면 진에어 17.5%, 티웨이항공 15.3%, 제주항공 14.8%, 에어부산 3.0% 등이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폭증한 여행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면서 여객 운임이 자연스레 상승했고, 고스란히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입국 절차가 완화됐고, 계절적 성수기에 신속히 조치한 덕분”이라며 “항공기 추가 도입 등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달 17~18일 이틀간 인도네시아 대표 관광지인 마나도와 바탐에 일회성 부정기편 전세기를 운항한다. 에어부산은 이달 3일부터 10월 28일까지 부산~보라카이 노선을 대상으로 주 2회 부정기편 운항에 나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행객이 많이 찾는 일본과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부정기편 운항을 확대하는 쪽으로 계획을 짜고 있다”며 “특히 LCC는 부정기편을 늘리면 운수권을 배분받을 때 ‘전세기 운항 실적’ 평가에서 가점을 받는 이점을 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LCC사들은 부정기편 증편과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중장거리 노선 쟁탈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하늘길이 정상화되면서 주력인 단거리 노선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앞두고 유럽 등 노선 운수권 재편이 이뤄지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인도네시아 노선 등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LCC사들이 인도네시아 노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발리를 비롯한 휴양도시가 많아 여행객 수요가 많지만 항공편을 운항 중인 항공사는 적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잇는 항공편을 운영하는 국내 국적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뿐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인도네시아는 운수권을 늘리기 위해 오는 6월 항공회담을 할 예정이다. 운수권이란 항공기에 여객과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양국 간 협정을 통해 운수권 배분이 확정되면, 각사는 국토교통부에 신청서를 보내 정부의 심사를 받는다.
전통적으로 2분기는 항공업계 비수기다. 하지만 LCC(저비용항공사)업계는 최근 동남아시아 여행 수요 증가로 올 2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LCC사들은 각사별 다른 전략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LCC사들의 하늘길 확보 전략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멀리 보낼까 많이 보낼까로 전통적인 단거리 국제여객 노선 수요 회복에 집중하느냐, 중장거리 노선 신규 취항을 노리며 하늘 길을 넓혀 나가느냐다. 장거리 노선에 공을 들이는 대표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을 꼽을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시드니, 몽골 등 주요 지점에 A330 대형기를 투입해 지난해 말부터 운영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대형기 운영이 기존 LCC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중·단거리용 비행기보다 자리당 수익성이 20~30%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 선제적으로 도입한 만큼 올해도 대형기를 중심으로 항공기 도입에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전세기보다 중단거리용 항공기인 737-8 2대와 737-800NG 2대를 올해 확보할 방침이다. 진에어도 올해 하반기 중단거리용 항공기인 737 2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과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장거리 여객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저비용·단거리 등 LCC 본업에 충실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항공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영역인 만큼 737 단일 기종을 운용해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좌석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유지해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칠 전망이다.
새로운 항공기 도입뿐 아니라 효율적인 노선 관리에 집중한 곳도 있다. 국내 항공사 중 지역 기반 항공사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에어부산은 2019년과 비교해 인천발 국제선 운항편을 늘렸다. 부산발보다는 인천발로 슬롯(운항할 수 있는 권리) 재편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부산발 운항편수는 2019년 1분기 1만7570편에서 올해 1분기 2471편으로 줄었지만, 인천발 운항편은 279편에서 1469편으로 대폭 늘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직 항공업 운항편수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전국 단위인 인천 공항에 대한 수요가 더 커 효율적으로 노선을 운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사마다 각각 신규 취항·노선 재개의 사업 전략을 채택해 수익 창출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전략 모두 항공사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치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려면 고객 중심의 혁신을 통한 방안 마련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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