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7년차' 그룹 에이트 이현이 '음악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하이브의 새로운 시도 아래 가수 미드낫(MIDNATT)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이브와 하이브의 게임 계열사 하이브IM은 15일 새로 선보이는 가수 미드낫의 디지털 싱글 '마스커레이드(Masquerad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신영재 빅히트 뮤직 대표, 정우용 하이브IM 대표, 미드낫의 주인공인 이현이 참석했다.
미드낫은 하이브가 음악과 기술을 융합해 선보이는 신개념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다. 앞서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을 인수했던 하이브는 하이브 IM과 해당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 앞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프로젝트 L'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에 대해 "K팝의 성장 정체의 돌파구 중 하나이자 팬과 대중의 음악 경험을 고도화할 기술과의 융합"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간 정체가 공개되지 않았던 미드낫, 이현은 이날 직접 무대에 올랐다. 그는 "신인가수 미드낫이다. 이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인사드리는 게 약간 어색하기도 하고, 설레고,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미드낫은 스웨덴 언어로 자정을 뜻한다"며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인데 어둠에서 시작하지 않냐. 공백기가 길었던 내겐 그 공백을 깨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의 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저 사이의 고민을 잘 담은 이름이라 생각한다"고 활동명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드낫은 첫 디지털 싱글 '마스커레이드(Masquerade)'를 공개했다. '마스커레이드'는 리드미컬한 일렉 기타와 뉴트로 사운드가 매력적인 신스웨이브(Synthwave) 장르다. 엑소, 레드벨벳, f(x), 인피니트 등의 다수 인기곡을 작업했고 실험적인 사운드로도 명성이 높은 프로듀서 겸 DJ 히치하이커가 프로듀싱했다.
미드낫은 "곡을 들었을 때 흥미로웠다. 초반 도입구에서 사이렌 같이 굉장히 다크한 신스로 시작되지만, 후렴은 드라이빙하기 좋을 정도로 굉장히 신난다. 잘 믹스된 곡이라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가사적으로는 미드낫이라는 이름처럼 과거에 있는 나를 밀어내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아와 과거의 끈을 놓지 못하는 자아를 듣기 쉽게 남녀의 사랑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곡에 담아낸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드낫은 "새로운 기술들이 많이 들어갔지만 콘텐츠에 있어서만은 나의 인생에 대한 고민이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발라드를 많이 좋아해주셨고 그걸 원동력 삼아 꽤 긴 시간동안 음악을 할 수 있었다. 감사함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는 또 다른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미드낫을 통해 저의 진정성을 많이 알아봐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다른 자아 이현의 모습도, 미드낫의 모습도 많이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는 부캐릭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캐릭터성을 선보이기보다는 이현 씨의 또다른 자아이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미드낫은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활동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음악과 기술의 결합은 크게 '보이스 테크', '비주얼 테크'로 구현됐다. '보이스 테크'에는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적용했다.
미드낫은 '마스커레이드'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총 6개 언어로 공개했는데 각 언어를 연습한 후 기술의 도움을 받아 한층 매끄럽게 다듬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우용 하이브IM 대표는 "아티스트의 언어를 교정해서 보다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돕는 기능이다. 여섯 개의 언어로 들어드리기 위해 수퍼톤과 다양한 고민을 하던 중 이 기술이 탄생했다. 미드낫의 외국어 발음을 보다 자연스럽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스커레이드'에는 여성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여기에는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이 적용, 미드낫의 보이스를 기반으로 여성의 목소리로 재탄생시켰다. 정 대표는 "'마스커레이드' 중간에 나오는 여성 목소리가 바로 이걸 이용해 만든 거다. 미드낫의 가창을 기반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여성의 보이스를 더해 여성 보컬 파트가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뮤직비디오는 XR 시스템과 프리비주얼 기술로 완성됐다. 정 대표는 "XR이라고 지칭하는 확장현실 시스템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자이언트스텝의 AR, VR 기술을 통해 최적화된 가상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울러 실제 촬영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프리 비주얼 기술은 현장에서의 효율을 높여줬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촬영 현장의 물리적 조건은 콘텐츠를 창작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거였다. 비용, 시간,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는 비주얼의 한계를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이런 기술력은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팬분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음악 산업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생각했냐는 것. 기술을 이용해 음성을 다채롭게 변형, 디자인하려는 시도는 자칫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위협할 위험도 있다. 감성 영역인 '음악'에 기술적으로 접근한다는 사고가 팬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도 의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 대표와 신 대표는 거듭 '본질은 음악이며, 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 대표는 "하이브IM은 음악과 기술의 만남을 통해 하이브의 본질은 음악이라는 메시지를 보다 많은 분들께 풍성하게 전달하고, 팬분들께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고민했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통해 발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환경적 제약 없이 전달할 수 있고, 팬들에게도 새로운 음악세계를 선보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면서 "아무리 새로운 기술과 트렌디한 사운드가 들어가도 아티스트 고유의 서사와 진정성을 포기하면 안 됐다. 아티스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목소리를 왜곡하지 않고, 이를 다채롭게 전달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 역시 "기술을 적용하기로 한 이유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니즈를 충족시키고 팬들의 음악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었다.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의 경우 언어 측면에서의 허들을 없애서 보다 많은 글로벌 팬들이 미드낫의 음원을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아직 판단하기 조심스럽지만 K팝 아티스트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활용하는 데 있어서 언어적 제약을 덜어주고, 이를 통해 K팝이라는 장르가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수 미드낫은 기술력에 자신의 진정성이 묻힐까 다소 걱정하는 눈치였다. 미드낫은 "음악적 변화에 대한 나의 마음이 먼저였다"면서 "나를 먼저 생각해 주고, 기술은 차근차근 봐달라"고 했다.
그는 "미드낫의 음악과 미드낫이라는 사람을 섹시한 인간, 섹시한 신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외형을 차치하더라도 미드낫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어둠 속에서 밝음을 찾아낼 수 있고 두려움 속에서 설렘을 찾아낼 수 있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드낫이다. 그 자체가 섹시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최근 신인들을 '5세대 아이돌'이라고 부르더라. '5세대 선두주자' 미드낫이라고 불리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미드낫의 무대는 6월 개최되는 위버스 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정 대표에 따르면 보이스 디자인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여성 보이스가 라이브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될 예정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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