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가 사무실과 명함 등에 ‘노동법률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했어도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한국공인노무사회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는 지난달 17일 사무실 건물 외벽, 출입문 간판, 명함 등에 노동법률사무소란 명칭을 사용해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민 모 공인노무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사 측은 지난 2021년 민 노무사에 대해 "노동법률사무소 명칭을 사용한 것은 공인노무사가 전반적인 법률 사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상당하다"며 변호사법 112조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를 표시 또는 기재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률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함이다.
공인노무사회에 따르면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한 전주완산경찰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전주지방검찰청에 송치했지만, 검사가 벌금 200만원의 약식기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법원은 △상당수의 공인노무사가 노동법률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점, △공인노무사는 공인노무사법이 적극적으로 정한 법률 사무를 할 수 있어 소극적으로 변호사법이 제한한 변호사의 법률사무와 오인될 여지가 없는 한도에서 법률 사무를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률사무소라는 표시를 독자적으로 하지 않고 '노동'을 붙인 점, 명함과 간판에 표시된 노무사라는 기재의 크기나 형태 등을 보면 노무사의 사무실이라는 점을 일반인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도 마찬가지로 판단이 나오자 검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한국공인노무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 간의 대리전 성격도 있어 주목받았다. 노무사회에 따르면 이 사건 초심에서 대한변리사회, 한국공인노무사회, 한국세무사회, 한국관세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구성원 단체로 하는 전문자격사단체협의회에서 ‘공인노무사는 노동법률사무소를 표시·기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탄원서도 제출한 바 있다.
한국공인노무사회 관계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무리하게 고발한 사안을 검찰이 경찰의 불기소 의견까지 뒤집어 기소한 뒤 대법원 상고한 사건"이라며 "법률사무 및 법률사무소 명칭을 독점하겠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직역 이기주의에 일침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이제라도 직역 이기주의에 매몰된 변호사 만능주의를 버리고 다른 전문자격사 단체와 어떻게 상생할지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용희/민경진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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