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남시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 공무원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던 ‘비선 실세’”로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검찰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김 전 대표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05년 이재명 대표로부터 “이듬해 열리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출마할테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수락했다. 이 대표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준비를 할 때도 당내 경선에서 조력자로 나섰다. 이 대표가 두 선거에서 모두 떨어졌지만 김 전 대표는 그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가며 이 대표를 지원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과 재선에 성공한 2014년에도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검찰은 특히 김 전 대표가 2014년 6월 성남시장 선거를 앞두고 사비로 이 대표의 선거사무소 임차료를 지급한 사실에 주목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는 그 해 3월 이 대표 측으로부터 ‘성남시 수정구 성호빌딩 사무실을 선거사무소로 쓰려고 하니 상대 후보가 이 곳을 사무실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리 선점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이에 직접 사비로 보증금과 임차료를 지급해 해당 사무실을 선점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또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특히 김 전 대표와 2014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거의 매일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교류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김 대표는 성남시의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뿐만 아니라 성남시 공무원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위 ‘비선 실세’로 통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남시 공무원들도 이 같은 특수 관계와 김 전 대표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이 대표 측과의 친분을 활용해 부동산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가 백현동 개발사업에 필요한 인허가를 받는 것을 돕고 그 대가로 77억원 및 공사장 함바식당 사업권(5억원 규모)을 받았다고 봤다. 이에 지난 2일 김 전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는 2012년 6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인 A씨를 수차례 만나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등과의 각별한 친분을 과시하면서 백현동 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및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밖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며 “A씨는 본인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성남시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면 그 대가로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하는 시행사 지분 중 일부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아시아디벨로퍼는 2015년 2월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11만1265㎡ 규모 부지를 매입해 두 달 뒤인 4월 이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한 번에 부지용도가 네 단계나 상향 조정됐다. ‘100% 민간임대’였던 개발 계획도 그해 11월 크게 바뀌었다. 민간임대 가구는 전체의 10%인 123가구로 줄었고 나머지 90%를 분양주택(1100가구)이 차지했다. 아시아디벨로퍼는 이 덕분에 백현동 개발사업으로 3000억원대 분양수익을 거뒀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A씨로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청탁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연구개발(R&D) 용지와 부지를 기부채납하는 상황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까지 개발에 참여해 민간 합동개발이 되면 아시아디벨로퍼가 올릴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15년 2~3월 A씨의 부탁을 받아 정 전 실장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려면 부지대금의 절반인 1200억원을 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불참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 해 9월 성남시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를 위한 진행상황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고시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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