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이 폐기될 때까지 강경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기로 했지만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5일 “당정 협의나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이 최종 폐기될 때까지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이들은 정부가 간호법 재의요구권을 건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의료법에 관한 언급이 없어 유감”이라고 했다.
두 법안에 공동 대응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단체별 속내는 복잡하다. 성격이 다른 13개 단체가 모이면서 ‘간호법’과 ‘의료법’에 대해 단체별 온도 차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간호법 반대 동력을 키운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등은 의료법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예정대로 간호법에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간호조무사 등은 투쟁 동력이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의사 치과의사 등은 내부적으로 강경 대응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가 ‘논의 핵심은 의료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의료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17일로 예고된 의료연대 총파업 일정도 그대로다. 간호협회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간호사 10만5191명이 참여한 내부 투표에서 98.6%가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집단행동에 들어가도 진료 현장을 떠나는 파업까지는 강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단체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있을 수 없다”며 “법과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긴급상황반을 통해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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