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염준호 대학생 기자] “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어요. 교사를 위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육과 우리 사회는 연결돼 있으니까요.”
4월 25일 서울 방이동 한 카페에서 만난 9년차 초등 교사 이승희(32, 서울 송파구) 씨에게 ‘교사라는 세계’는 ‘알리고 싶은 세계’다. 눈코 뜰 새 없는 교직 생활 속에서도 유튜브 ‘교사의 세계’와, 브런치(블로그 플랫폼)에 연재하는 매거진 ‘90년대생 초등교사 생존기’ 등 SNS 활동을 병행하며 치열하게 학교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녀가 처음부터 교사의 세계를 알리고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였다. “교직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던 적이 있어요. 주변 선생님들께 제 상황을 말씀드리니까 ‘글을 쓰며 해소’하라고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죠. 처음에 쓴 글들을 보면 지금보다 더 솔직해요.”
‘솔직하고 현실적인 교사 이야기’는 단숨에 교육 구성원을 사로잡았다. “교사분들은 댓글에서 ‘나도 이런 일 있었는데, 공감된다’라고 남겨 주시고, 학부모님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남기실 때가 많아요. 예비 교사분들도 생각보다 많이 보세요. 아마 자신의 미래를 예측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오히려 솔직하니까 더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던데요.”
긍정적인 독자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그녀가 도전한 것이 바로 책이다. 10일 신생 교사 노동조합 ‘서울교사노조’ 소속 3명의 2030 교사와 에세이 ‘교사라는 세계’를 출간한 것. 서울교사노조는 2016년 창립된 한국노조 산하 교사 노동조합이다. 현재 서울 교사 약 8천여 명이 소속되어 있고, 약 40% 정도가 2030 세대다.
그녀는 “이 책은 현직 교사의 생존기에 가깝다”며 “교사라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몸부림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했기 때문에 교사들이 읽었을 때, 공감되는 부분이 많으실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초등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을 비롯해 초등 교사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제가 워낙 학생들을 좋아해서, 처음에는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했던 때도 있지만, 요즘에는 점점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어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히 급여요. 비교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또래 직장인과 급여를 자꾸 비교하게 돼요. 제가 올해로 9년차 인데, 교직원 공제회 대출 이자를 빼면 실수령액은 200만 원 초중반에 불과하거든요. 서울에서 생활하기에는 조금 빠듯하죠.”
초등 교사를 힘들게 하는 건 적은 급여만이 아니다. 그녀는 “예전에 비해 교권이 많이 추락했다는 걸 느낀다”며 교사로서 학생들을 제대로 훈육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데다가 자칫 훈육을 잘못했다가는 아동 학대로 고소당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최근에는 교육부에서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원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학생이 많이 몰리는 강남, 서초 학교에는 학생이 오히려 몰려들어 학급당 40명에 육박하는 학교도 흔하다”며 “교원 1인당 수업 시수와 업무 부담 증가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초등 교사에게 강요되는 사회적 인식 또한 부담이다. “사회는 교사에게 급여가 적더라도 감내하고, 오로지 학생에게 헌신하는 ‘성직자’의 모습을 바라시는데, 현실적인 조건은 녹록지 않죠. 저도 그 사이에서 정말 힘들어요.”
그녀는 “이런 상황 속 ‘교직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교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며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인재의 교직 탈출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황을 개선하려 해도 교사끼리 연대가 쉽지 않다는 거다. 교사 간 소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 교사라는 직업은 어떻게 보면 외로운 직업이에요. 어떻게 보면 교실 안의 프리랜서 같은 직업이거든요. 교장, 교감 선생님이라는 상사도 있고 동료 교사들도 있지만 회사처럼 같이 동고동락하는 게 아니니까요. 1주일에 한 번 정도 있는 회의를 제외하고는 제가 먼저 교실에 똑똑 문 두드리고 찾아가지 않는 한 대화의 기회가 거의 없어요. 선생님들끼리는 복도에서 지나다니다가 인사하는 정도죠. 학생과 하루 종일 있다가 (학생이) 하교하면 혼자 업무 보다가 퇴근하면 끝이니까요”
학생이 없다면 교사와 학교의 현실을 알리는 일도 아무 의미가 없을 터다. 그녀가 치열한 삶을 이어온 것 역시 학생을 위해서다.
“매일 무단결석하고 등교를 거부하던 학생이 있었어요. 제가 담임을 맡던 해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져 지도했더니 매일 즐겁게 등교하는 학생으로 변화했어요. 가장 보람찼던 순간이었죠. 제가 아무래도 얼굴을 공개하고 활동하다 보니 악플이 종종 달려요. 그럴 때마다 ‘아무 의미 없나, 그만둘까’ 생각도 들죠. 그래도 학생을 보며 버텨요. ‘나조차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라는 사명감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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