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대신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기업어음(CP)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장기 CP를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CP는 공모 회사채와 달리 기관 수요예측을 받을 필요가 없어 미매각으로 인한 평판 훼손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28일 1000억원 규모의 532일물 CP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발행금리(할인율)는 공개되지 않았다.
신용도가 악화한 것이 공모 회사채 대신 장기 CP를 발행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롯데하이마트 신용등급은 ‘AA-(부정적)’다. 향후 A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 1분기 2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소비 위축 및 부동산 거래 침체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올 2월 만기 2~3년물 공모 회사채로 1350억원을 조달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의 지원을 받아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다만 발행금리는 이 회사의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금리) 대비 84~85bp(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책정됐다.
CJ ENM의 자회사인 CJ라이브시티는 오는 19일 750억원어치 1년물 CP에 대한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할인율은 연 4.3%로 책정됐다. CJ ENM이 이번 CP에 대한 지급 보증을 제공한다.
시장에선 CJ라이브시티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데다 국내 최대 K팝 공연장인 ‘아레나’의 공사 일시 중지 사태로 회사채 수요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발행 담당자는 “회사채 대신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 자체가 기업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유동성 확보라는 ‘실리’를 찾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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