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지난달 27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청소용역업체 대표 A씨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탄력 근로제는 법률에 규정된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며 “근로계약만으로 탄력 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과반수 노조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항공기 기내 청소 용역 사업을 하면서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35명의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과 미사용 연차수당 등 총 5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근로계약서를 통해 2주 단위의 유효한 탄력 근로제가 도입됐으므로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취업규칙 변경을 통하지 않아) 유효한 탄력 근로제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의가 없다”고 항변했다.
탄력 근로제는 특정 기간의 근무 시간을 연장·단축해 단위 기간의 평균 근로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유연 근무제의 일종이다. 노사 합의를 통해 단위 기간을 2주 이내에서 6개월까지 정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2주 이내를 단위 기간으로 하는 탄력 근로제의 경우 취업규칙으로 단위 기간의 시작일과 종료일, 각 근무일의 근로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 이상을 단위 기간으로 할 때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해당 내용을 정해야 한다.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로 판단이 엇갈렸다. 2심 재판부는 “근로자의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에 관한 근로조건이 공통적으로 기재돼 있어 이를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법률에서 정한 방식인 취업규칙에 의해서만 도입이 가능하고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해 도입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또 “(이 사건 피고의 회사에)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2주 이내를 단위 기간으로 하는 탄력 근로제는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더라도 도입할 수 없고,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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