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정부에서 내려오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급증하면서 교육청의 선심성 예산 편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령인구 수에 상관없이 교육청에 교부금을 내려보내는 현행 제도가 교육청의 방만 재정을 조장하고, 효율적인 교육예산 활용을 가로막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올해 교육비특별회계 본예산(지출 기준)은 94조1167억원이다. 작년(80조953억원) 대비 17.5% 급증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정부 예산 증가율(5.1%)의 세 배가 넘는다. 교부금 등 세입 급증에 힘입은 결과다. 올해 총세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83조1321억원)과 특별회계 전입금(약 1조5000억원), 지방자치단체 이전수입(15조원), 자체수입(2조5000억원) 등을 합쳐 10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 한 해 사용처가 없는 돈이 10조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교육청의 재정 상황은 빠듯했다. 모자라는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도 발행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나눠주는 교부금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48조6594억원이던 교육교부금은 올해 83조132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교육청은 넘쳐나는 여윳돈으로 선심성 예산을 잇따라 편성하고 있다. 지난달 시의회를 통과한 서울교육청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중1 학생에게 태블릿PC를 무상으로 지급하기 위한 292억원이 포함됐다. 울산교육청은 지난해 학생들의 수학여행 장소로 쓰겠다며 올해 예산안에 제주 호텔 매입비 200억원을 책정했다가 시의회의 반대로 철회했다.
교육청들이 선심성 예산을 줄줄이 편성하는데도 돈은 넘쳐난다. 교육청이 쓰지 않고 적립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 등 전체 기금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1조179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정부가 대학에 지원한 고등교육 관련 예산(11조90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에 무조건 내국세의 20.79%를 내려보내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가 내려보내는 금액을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에 연동되도록 교육교부금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초·중·고에 몰린 교육교부금의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고등·평생교육 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해 교육교부금 3조2000억원을 대학 지원에 쓰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부실 대학 구조조정을 저해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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