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우려가 가장 큰 법안은 건강보험법 개정안, 그중에서도 ‘약가인하 환수법’으로 불리는 101조2항이다. 이 조항은 보건당국으로부터 약가 인하 행정 처분을 받은 제약사가 이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더라도 본안 소송에서 지면 집행정지 기간에 벌어들인 이익을 건강보험 재정에 뱉어내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제약사가 약가 인하 또는 급여 정지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한다고 보고, 이를 차단한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본안 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이 큰데도 소송 기간에라도 손해를 줄여보려는 목적으로 행정소송을 남발한다는 이유에서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2016년부터 5년간 총 31건의 약가 인하 행정처분 취소 소송이 제기됐는데, 30건에 대해 집행정지가 신청됐다. 복지부는 이 기간에 약 4088억원의 건보 손실이 발생했다며 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020년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본안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집행정지 결정의 효과가 소급돼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건보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고용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에 대해서도 집행정지 기간에 본 손실을 배상해 달라는 정부 기관의 요구가 덩달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변협도 “건보의 건전 재정이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법리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집행정지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한 의원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고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 조치의 타당성을 두고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는 정당한 재판청구권과 권리구제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한 채 야당만 참여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총 5명이 기권표를 던졌고 이 가운데 3명이 민주당 소속 법조인 출신이다. 두 명은 검사 출신(주철현·송기헌)이고, 나머지 한 명은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판사 출신(최기상)이었다.
한재영/오현아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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