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보름 만에 "고마워해야" 세 번 반복한 까닭은 [오형주의 정읽남]

입력 2023-05-15 18:42   수정 2023-05-15 18:55



“선생님한테, 또 친구나 주변 사람한테 정말 사랑의 어떤 은혜를 입었으면 고맙게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용산 대통령실로 학창 시절 은사들, 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선생님 20여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던 중 “은혜를 입고 감사할 줄 모른다면 어떻게 사회를 위해서 일하고 온전한 가정을 이끌며, 국가를 위해서 희생할 때 헌신할 수 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을 방문한 손관식 선생은 윤 대통령이 서울 대광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4년 간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지도했다. 윤 대통령은 “매주 토요일 거의 예외 없이 서울 근교 산 같은 데를 찾았다”고 손 선생과의 추억을 회고했다.

대광초 5~6학년때 담임 교사였던 이승우 선생에 대해선 “제가 편집을 맡기로 하고 학급 신문을 발행했다”며 “밤을 꼬박 새고 등사를 해서 신문을 나눠주셨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충암고 3학년 담임 교사였던 최윤복 선생님이 개근을 중시했지만, 공사장 아르바이트를 하다 다친 학생이 응급실에서 학교 출석부터 걱정했다는 얘길 들은 뒤부터는 "무리해서 개근 안 해도 된다"고 언급했다는 일화를 꺼내기도 했다.

‘고마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5일 전 청와대에서도 있었다.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음악회에서 윤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고 “저희는 자랄 때 부모님들로부터 남한테 폐 끼치지 마라. 그리고 남한테 은혜를 입었으면 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져라, 이렇게 배웠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 발언은 음악회에 초청된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소방·경찰공무원과 가족 등에 감사의 표시를 전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음악회에는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황도현 중사의 부친 황은태 씨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씨,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의 부인 이꽃님 씨 등도 참석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초청된 유공자들을 열거하며 “우리 평화와 번영의 토대인 자유 대한민국이 이렇게 있도록 만들어주신 분들과 그 가족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 2일 국무회의서도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성과를 언급하며 ‘고마움’의 의미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며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했음을 지적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오늘의 번영을 일구며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까지 미국은 우리를 많이 도왔다”고 했다.

이어 “세계 최강 국가와 70년 동안 동맹을 맺어왔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며 “한·미 동맹 70년 역사는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 국가 관계에 있어서 고마운 것이 있으면 고맙다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이달 들어 불과 보름 사이에 고마움의 의미를 세 차례나 강조한 것을 놓고 대통령실은 “사람의 도리이자, 국가 간의 도리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일이지만 과거의 일에 고마움을 알아야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 당연한 일들이 과거엔 무시되거나 너무 쉽게 잊혀졌었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의 소중함은 물론,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낸 미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던 과거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다른 관계자 역시 “고마워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당연한 상식”이라며 “나아가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무를 동시에 연결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국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7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 동맹은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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