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질주가 매섭다. 기아는 최근 3개월간 현대차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기아가 테슬라와 수익성을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고 평가했다. 향후 차량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중심의 라인업을 감안할 때 독보적인 수익성 지속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아는 전 거래일 대비 600원(0.67%) 오른 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개월간 기아 주가는 23.97%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도 20.44% 올랐지만 기아의 상승세엔 못미쳤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기아 주식을 각각 2934억8663만원, 2320억4575만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기관은 기아를 5번째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기아는 최근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기록하며 주가 상승세가 탄력을 받았다. 기아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1분기보다 29.1% 오른 23조6907억원, 영업이익은 78.9% 증가한 2조874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부품 수급 개선에 따른 생산 정상화로 카니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수요가 높은 레저용 차량(RV)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다. 해외 판매는 공급 개선에 따른 가용 재고 증가가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작용하는 가운데 주요 시장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2.1%로 테슬라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11%)을 추월했다. 기아 ASP는 2만4800달러로 테슬라 4만6000달러 대비 46% 낮지만 그럼에도 매출총이익률은 기아(22.7%)가 테슬라(21.1%)보다 높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테슬라와 수익성을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며 "내연기관차 투자 회수기에 진입하면서 고정비 비중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낮다"고 말했다.
기아는 올 상반기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 심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수요 위축 등 불확실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판매 사이클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선순환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는 통상 자동차업계에서 최성수기 진입 기간으로 여겨지는 만큼 생산과 판매를 최대화해 대기 수요를 신속히 해소하고 친환경차와 고수익 레저용 차량(RV) 모델 중심 판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기대를 모으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 EV9을 국내에 먼저 출시하고 이어 하반기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 투입해 전기차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는 구상이다.
기아는 대형 전기 SUV EV9의 사전계약을 지난 3일 시작했다. EV9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기아의 두 번째 모델로 국내 최초의 3열 대형 전기 SUV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9인치 휠 2WD 모델 기준 501km로 산업통상자원부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350㎾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400V/800V 멀티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탑재했다.
기아는 하반기 주력 SUV 모델의 신차 효과가 기대된다. 하반기에 카니발 풀체인지, 쏘렌토 페이스 리프트(F/L)가 출시될 예정이다. 대형 SUV 전기차 EV9이 해외 시장에도 출시될 계획이다. 대형 SUV에 대한 선호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동일 세그먼트의 경쟁 모델이 없기에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비용 부담 완화도 긍정적이다. 원자재 가격의 안정화, 가동률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 개선이 연간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기아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리며 향후 주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은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DB금융투자는 10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메리츠증권도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목표가를 높였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대 이상의 판매량 증가는 이제 실적의 눈높이를 더 높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며 "매월 발표될 영업 지표의 개선과 더불어 지속적인 기업가치 우상향 전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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