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에 이은 윤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지만, 야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이후 재의요구안을 곧바로 재가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업무 규정을 떼어낸 독자적인 법이다. 간호사의 자격·처우 개선 등을 명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재정안 1조에 담긴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의사계와 간호계 사이의 거센 충돌이 발생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워 야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멈춰 세웠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간호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계 갈등으로 빚어질 현장 일선의 혼란이나 야당의 강행 처리라는 절차적 하자 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정치·외교도, 경제·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서는 후순위"라며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료체제를 무너뜨리고 보건 의료계 갈등을 유발하는 법률안에 대한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제동을 걸자 민주당은 즉각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면서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법은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민의힘 21대 총선 공약인데,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거부권 행사 법안이 재의결되기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재적의원 299명, 국민의힘 의원이 115명인만큼 사실상 재의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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