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칼럼] "침체 진입한 美제조업…주식 낙관론 섣부르다"

입력 2023-05-16 14:48   수정 2023-05-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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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자문 / 성균관대 MBA 교수
미국 지방은행의 지급여력(solvency) 위기
미국 지방은행의 파산사태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급격한 예금인출사태로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이 유동성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지방은행의 유동성위기는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재무성의 적극적 개입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로 확산되지 않고 일단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지방은행들의 주가가 다시 폭락세를 보이며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JPMorgan은행의 주도로 주요 대형은행들로부터 긴급유동성 자금을 투입 받고도 유동성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적극적 중재와 손실보전에 힘입어 JPMorgan은행에 전격 인수되었음에도 지방은행 주가의 폭락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방은행 사태에 대한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음에도 연준은 지난주 열린 FOMC회의에서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다시 한번 0.25% 포인트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하였다.

필자는 이번 지방은행 사태의 본질은 지방은행들의 지급여력(solvency) 위기라고 분석한다. 물론 실리콘밸리은행등 지방은행 파산사태의 직접 원인은 부실자산 증가에 따른 손실에서 초래된 것이라기 보다 급격한 예금인출사태에 따른 유동성위기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미국 은행들은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장기국채 및 주택저당채권 등 장기채권에서 상당한 평가손실을 안고 있으나 은행회계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장기채권을 만기보유채권으로 분류하고 채권시가평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손익계산서에 평가손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대형은행들의 경우 전체자산규모에 비해 장기채권의 비중이 크지 않아 평가손실에 대한 우려가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파산한 은행들의 자산구조를 보면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 장기국채의 비중이 전체 자산의 50%를 초과하고 퍼스트리퍼블릭의 경우 장기주택저당채권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만기보유채권으로 분류한 장기채권에서 이미 상당한 평가손실을 안고 있었으며 평가손실을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 상태로 지급여력에 심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저금리정책 시기에 유치된 예금이 서서히 MMF등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예금인출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들 은행들이 만기보유채권을 시장에 매입가격 이하에 매각하여 대규모 손실을 실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지급여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뱅크런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모바일뱅킹이 대중화되면서 자금이동이 과거에 비해 휠씬 빨라져 뱅크런도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와 규모로 일어났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하는 것은 대부분의 지방은행들이 장기 주택저당대출 채권과 상업용 부동산대출 채권에서 자본 대비 상당한 규모의 평가손실을 안고 있고 저금리 예금은 꾸준히 고금리 예금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은행들의 지급여력비율이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예대마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급여력비율이 압박을 받는 경우에 은행들은 자산규모 축소와 자본확충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지방은행 사태 초기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부실채권의 급증에 따른 손실이 아니라 채권평가손실에 의한 것이라 개별은행의 유동성 문제는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적극적 개입으로 경제전반으로 확대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 가능하며 따라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평가손실이든 부실채권손실이든 결국 지급여력 문제의 해결은 자본확충, 즉 Recapitalization이 필수적이다. 충분한 자본확충이 이루어질 때까지 은행들은 자산규모 축소를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려 할 수 밖에 없다. 지급여력이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과잉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업용부동산에서 부실채권이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지방은행은 급격히 움츠러들게 될 것이다. 소비자금융중 지방은행 의존도가 높은 주택저당채권, 자동차금융, 상업용부동산금융이 직접 영향을 받아 주택시장과 내수소비재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것이다.
주식시장의 섣부른 낙관론
이번 지방은행사태의 파장에 대해 채권 및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엇갈린 결론을 내리고 있다. 최근의 금리와 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이번 사태가 미국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은 급격히 하락할 것이고 연준은 빠르면 3분기부터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5월 FOMC에서 연준은 0.25% 포인트의 조심스러운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6월 이후 금리동결 가능성을 열어 두었으나 금리인하 가능성은 애써 부인하였다.

OPEC+의 감산조치로 반등하였던 유가 역시 채권시장과 궤를 같이 하며 재차 하락하였다. 외환시장은 이직까지 이번 사태가 미국 이외의 경제권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달러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 단기금리 하락에 따라 약세로 전환되었다.

상당히 비관적인 채권시장에 비해 주식시장은 휠씬 낙관적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이번 사태가 연준의 정책전환을 유도할 만큼 경기를 약화시키겠지만 경제전반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연준의 조기 정책전환과 금리인하가 새로운 상승장의 시작일 수 있다는 낙관론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져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번주 발표된 고용지표에서 보듯이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고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매우 완만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지방은행 사태의 파장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며 연준의 하반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쉽게 접고 있지 않다.

연준 또한 이번 사태의 영향이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꺾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강한 경기지표가 계속 발표되고 있으며 연준의 성장률 예측모델(GDPNow)도 2분기 성장률이 2.7%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시장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결국 사라지고 단기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최근의 미국 주요 주가지수 반등은 하락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조금 더 암울한 시나리오는 현재 채권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급격한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구체화되면서 기업실적 전망이 급격히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현재 주식시장의 경기, 금리전망은 대폭 조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신용경색에 의한 경기침체는 하반기 이후 서서히 다가오는 반면 앞으로 몇 달 펼쳐질 현실은 채권시장의 비관론과 주식시장의 낙관론 사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하반기가 다가오면서 단기금리 상승과 주가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연착륙과 한국 수출전망에 대한 경고
연준의 파월의장은 지난주 FOMC회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을 확률이 침체확률보다 크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다음 가정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현재 지방은행사태가 경제전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되어야 하며, 둘째, 국가부채상한을 둘러싼 정쟁이 해소되고 채권시장의 미 국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고용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실업률을 상승시키지 않고 점진적으로 해소되어야 하며, 넷째,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 2%에 수렴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을 연준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필자에게는 이 모든 가정이 궁극적으로 충족될 가능성은 상당히 작아 보인다.

최근 발표되는 지표들은 아직까지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된 신규고용자수는 25만3000명에 달한 반면 구인자수는 전달대비 50만명가량 급격히 감소하여 실업률의 급등없이 고용시장 수급불균형이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미국 가계의 잉여저축과 실질소득 상승은 소비의 견조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품소비가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서비스소비의 증가로 전체 가계소비는 탄탄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필자의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분석을 차치하고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다고 가정하자. 미국 소비의 상품소비/서비스소비의 상대적 비중이 올 1분기 39%/61%에서 궁극적으로 2019년과 비슷한 35%/65% 구조로 회복한다고 할 때 올 1분기를 기준으로 서비스소비는 3.8% 증가하고 상품소비는 7.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런 정태적 분석에 따라 상품소비가 당장 감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품소비의 성장세는 가계소비의 전반적 성장세에 비해 상당히 미진할 수 밖에 없고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미국 가계소비에서 상품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은 상품수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동아시아국가들의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특히, 이번 지방은행 사태의 파장은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미국 제조업 경기와 동아시아국가들의 상품수출을 더욱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수출과 기업 실적의 하반기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는 주식시장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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