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부동산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임장생활기록부> 첫 편이죠, 오늘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나왔습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첫 입주를 한 만 44세 아파트입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죠, 아파트도 그렇습니다.
앗 그런데, 촬영을 막 시작하려던 중에 한 입주민이 SOS를 요청해 왔습니다. 이중주차된 차를 밀어야만 본인의 차를 뺄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혼자 밀기엔 차가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예요. 온 힘을 다해 차를 밀어드렸어요. 지나가던 사람에게 ‘같이 차 밀자’고 하는 건, 은마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은마에 살다보면 사실 주차는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은마엔 3대 주차가 있는 거 아세요? ‘내맘대로 주차’와 ‘겹주차’, ‘N단 주차’입니다.
저희가 은마아파트를 방문한 게 월요일 오전 시간이었는데도, 일부 동 앞에는 심지어 3겹으로 주차돼 있었어요. 다른 차를 밀어야만 내 차가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통로 한 가운데로 밀려온 차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은마는 4424가구인데 지하 주차장이 없습니다. 요즘은 각 가구당 차가 1~2대씩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극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두 차는 뽀뽀를 하고 있네요. 겹주차된 차들을 이리저리 밀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은마의 장점은 뭘까요? 일단 학군을 꼽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초중고 20여곳이 있어요. 수십여년 전에 강북의 명문학교들이 옮겨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학군이 형성된 셈이죠.
학교가 많아지면 덩달아 주변에 학원들도 많아집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게 되면서 대치동은 전국 최대 규모의 학원가가 됐죠. 이 근처 학원이 줄잡아 900여개가 넘는다고 해요. 부동산 가격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학군입니다.
게다가 교통도 편합니다. 단지 정문 앞 대치역을 비롯해 주변에 지하철역 대여섯곳이 있어요. 교통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마트 등도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생활하기엔 참으로 좋은 곳입니다. 게다가 강남이고요.
자, 이제 은마아파트 단지 내 구석구석 살펴볼게요. 보니까 곳곳에 '조합설립동의서 제출 시작'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가 붙어있습니다.
은마 재건축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게 1999년이에요. 24년 만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게 된 셈이죠. 조합설립만 해도 재건축의 절반을 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재건축 과정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재건축을 하게 되면 현재 가구수보다 30% 늘어납니다. 아무래도 낡고 노후한데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아파트이다 보니 시세가 래미안대치팰리스나 우성, 선경, 미도 등 주변 아파트보다 낮게 형성돼 있습니다.
특히 전세가 꽤 저렴한 편인데요, 은마 전세 매물은 최저 3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었어요.
예전에 지었다 보니 모든 가구들이 다 복도식입니다. 면적은 두 가지인데, 101㎡과 115㎡입니다. 사실 내부 컨디션은 많이 낙후하고 열악했습니다. 계단 손잡이가 녹슬어서 다 까졌어요.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가구에는 아직도 난방용 라디에이터가 있을 정도입니다.
은마상가를 가 볼게요. 상가 내 점포는 550여 곳이 넘습니다. 1층은 일반 점포들인데, 2~3층은 학원이 많았어요. 지하는 재래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식재료 파는 상점들이 많았어요. 떡볶이 맛집으로 유명한 분식집도 있었습니다.
촬영 중에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상가를 돌면서 촬영하던 중 집코노미TV의 피디 한 명이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일부 세력으로부터 상대편 쪽 “'‘프락치'’가 아니냐” 하는 오해를 받아서 붙잡혔습니다. 감금된 피디를 구하러 가야하는데, 은마상가가 워낙 큰 데다 미로처럼 점포들이 배치되다보니 헤매기도 했어요.
물론 저희 피디를 붙잡은 비대위 측과 서로 잘 이야기하고 오해를 풀긴 했습니다만, 조합 설립을 앞두고 서너개의 비대위 세력들이 재건축 세부 조건과 조합 설립 방식 등에 대한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다 보니 이런 해프닝도 생기네요.
사실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하죠.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공부시키고 싶은 욕심 덕분에 은마아파트는 늘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은마의 재건축 진행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죠.
재건축이 된다면, 은마아파트는 강남권 최고의 아파트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입니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은마는 재건축 후에 가격이 상승할 수 있기 떄문에 장기적으로 접근하면 재테크 측면에서도 아주 좋은 아파트”라고 내다봤습니다.
<임장생활 기록부> 대치동 은마아파트편의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기획·진행 김정은 기자 촬영 이재형·이문규 PD
편집 이재형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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