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저자 정아은..."전우원 사과, 변화 만들 것"

입력 2023-05-16 18:08   수정 2023-05-16 18:09



지난 3월 3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국립5·18민주묘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대학살의 현장,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주범은 누구도 아닌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 씨라고 생각합니다.” 곧장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뒤늦은 사과를 환영하는 입장부터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 뭘 아느냐’, ‘사죄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는 지적까지….

최근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출판사 사이드웨이)을 출간한 정아은 작가는 16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리 사죄는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정신과 마음,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변화 움직임에는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전씨의 사과,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광주 진상규명과 단죄에 관한)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 책은 소설가가 썼지만, 인간 전두환의 대통령직 퇴임 이후 33년간의 생애를 다룬 논픽션이다. 전 전 대통령을 악마처럼 몰아붙이거나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그의 영광과 모순, 몰락, 그리고 대한민국 현대사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시민 학살의 책임자이면서 다정한 가장이었던 복잡한 인물을 바라본다.

전 전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문제적 인물이다. 전직 대통령이지만 1997년 4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내란 등의 혐의로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8개월 만에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 화합’을 말하며 그를 사면했다.

‘전 전 대통령’ 혹은 ‘전두환 씨’. 그를 어떤 호칭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가늠하기까지 한다. 간담회 전날까지 호칭을 고민했다는 정 작가는 중립적 의미로 전두환 ‘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책이 겨냥하는 질문은 명쾌하다. ‘왜 한국 사회는 전두환에게 학살의 책임을 묻는 데 실패했는가?’ 당초에 2017년 정 작가는 두 권짜리 역사소설을 구상했다. 1권 ‘두 군인’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2권 ‘두 변호사’는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2021년 11월 23일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한국 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방향을 틀었다. 정 작가는 “국가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은 합법적 폭력을 독점해 사적 복수를 막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전두환님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은 채 그가 사망한 일은 국가 존재 의미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놓친 결정적 기회는 1997년에 있다고 봤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의 청원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결행한 특별사면이 이뤄진 그 순간. 정 작가는 "김 전 대통령은 '영호남 화합'을 말했지만, 정치적인 인물 하나로 화합을 이룬다는 것은 헌정 민주주의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그의 생각은 너무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이익(표 계산)을 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전씨의 사과를 두고 아직도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이 책의 주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가 정확히 안 됐고, 사면이 당시 행정부 수반 의지에 따라 너무 임의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책은 묻는다. “전두환 사후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 작가는 기자간담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의사결정 과정, 사상자 규모 등) 진상규명입니다. 나와 관련된 가장 첨예한 역사, 근현대사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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