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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상승률의 주범으로 기업들을 탓하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공급망 문제 등 인플레이션 요인이 사라졌지만 기업들이 마진 확대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기업 탐욕에 의한 물가상승) 현상이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영국의 유통체인점 최고경영자(CEO)들이 1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의회의사당)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면담한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 정치권에서 슈퍼마켓들의 그리드플레이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제3당인 자유민주당 의원들은 시장감독당국인 경쟁시장청(CMA)에 “유통기업들의 폭리 추구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영국의 3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0.1%에 달했다. 식음료 부문은 같은 기간 19.2%나 급등했다. 빵, 시리얼, 귀리, 소시지 등 식료품 폭등세가 전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11일 통화정책회의까지 12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는데(현재 연 4.5%),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기업들이 가격 인하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그리드플레이션 차단에 나섰다.
최근 한 영국 소비자단체가 8개 식료품업체를 대상으로 2만6000개 품목의 1년 새 가격 변동 추이를 전수 조사한 결과 25.2% 이상 가격을 올린 대형마트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점 아스다에서는 180g짜리 숙성 체더치즈 1팩이 1파운드에서 최근 1.8파운드로 인상됐다. 1년 전보다 80% 폭등한 수준이다.
앞서 미국에서도 그리드플레이션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1년간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기업들은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비용 상승을 가격을 올리고 새로운 차원으로 이윤을 확대하기 위한 ‘핑계’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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