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6일 건설노조 조합원 분신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건설 현장 폭력행위 수사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노조 추산 3만 명(경찰 추산 2만4000명)이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 모여 1박2일 노숙 집회를 열면서 한낮부터 도심 교통이 마비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 퇴진’ 등 정치 구호를 앞세우며 건설노조 수사 중단을 압박했다.
노조는 이번 집회에서 건설현장 폭력 행위 수사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 건설업체에서 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양회동 씨가 분신해 사망하자 서울대병원에 빈소를 마련하고 대정부 투쟁을 연일 강화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양씨를 ‘열사’라고 부르며 검은색 리본이 붙어있는 조끼를 맞춰 입었다.
노조는 집회 신고 시간인 오후 5시를 넘겨서도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집회 시간을 넘겨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며 해산을 요구했지만 집회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찰이 금지한다고 통고한 야간 행진 역시 이어졌다. 이후 도심 곳곳에서 매트 등을 깔고 노숙했다.
민주노총은 건설노조 집회를 17일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이후 금속노조 총파업(31일) 등으로 대정부 투쟁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노조 측은 노조원 분신 사망 이후 높아진 단결력을 활용해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등 정부의 노동개혁을 막으려 한다”며 “잃었던 노정 관계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숙 집회가 이어지다 보니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시민이 넘어지는 사고도 발생했고, 건설노조가 문화재에서 사용한 촛불이 종이컵에 옮겨붙기도 했다. 이후엔 광화문 구석구석에서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는 소주가 동나기도 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고양시에서 일한다는 A씨는 “윗선에서 집회에 나오라고 하면 군말 없이 와야 한다”며 “일급 수십만원을 포기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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