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비트는 올 들어 처리량 기준 공공 수처리 시장 1위를 달성하며 환경시장에서 매립과 의료폐기물 소각 부문에 이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제는 양적성장을 넘어 환경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겠다. ”
최인호 에코비트 총괄대표는 “내년 완공되는 서울 마곡 연구소를 통해 환경 기술 개발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자신했다. 에코비트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수처리, 폐배터리 재활용 등 환경사업을 수행하는 국내 1위 종합환경기업이다. 수처리 사업 강자인 TSK코퍼레이션과 소각사업에 강점을 가진 ESG가 합병해 2021년 10월 출범했다.
최 대표는 2026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가치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15일 취임 3년 차를 맞은 최 대표를 만나 국내 환경산업 전망과 에코비트의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환경시장’이라는 개념이 생소한데요.
“국내 환경시장은 전통적으로 폐기물 시장과 하폐수처리 시장으로 나뉩니다. 최근에는 소각 매립 등 폐기물 최종 처리를 뜻하는 다운스트림(Down Stream),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업스트림(Up Stream) 시장으로 구분하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다운스트림이 환경시장을 이끌었지만, 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나고 매립지는 부족해지면서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스트림 시장 매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폐기물을 ‘에너지화’하는 시장이 주목받습니다. 소각이라는 전통적 폐기물 연료화뿐만 아니라 2차전지 재활용, 바이오가스와 바이오 수소 등을 포괄하는 시장입니다.”
▷합병법인 출범 3년 차를 맞았는데.
“과거의 환경산업은 무수히 많은 소규모 업체들이 노동집약적 사업을 저단가 경쟁으로 수주하는 시장이었습니다. 최근 3~4년간은 대형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습니다. 2021년 에코비트가 출범하면서 현재 SK에코플랜트·IS동서 등 ‘빅3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폐기물 시장이 대형화돼 있습니다. 미국은 폐기물 처리 관련 상위 3개 기업이 시장의 57%를 점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폐기물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타고 대형기업 중심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에코비트의 상대적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에코비트는 2004년 태영환경으로 환경사업을 시작해 수처리 사업을 기반으로 매립 소각 자원순환 등 종합환경기업으로 차근히 사세를 확장했습니다. ‘신사업 추진’을 명목으로 단기간에 기존 환경 기업을 인수·합병한 경쟁사와는 DNA 자체가 다릅니다. 에코비트는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다운스트림 산업에서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업스트림 시장에서의 수익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죠. 업스트림 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원료공급 역할을 할 ‘폐기물 수집운반업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업스트림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있나요.
“에코비트는 크게 그린(매립)·에너지(소각)·워터(수처리)·미래사업 등 4개 BU(Business Unit)로 나뉩니다. 워터 BU에서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슬러지를 건조해 연료화 시킵니다. 하수를 사용 용도에 맞게 정화해 산업용수, 조경용수 등으로 재활용하는 재이용수 사업도 있습니다. 에너지 BU는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 및 스팀을 인근 산업단지에 공급하며 부가 가치를 창출합니다.
에코비트는 전국을 아우르는 소각 및 매립 네트워크를 통해 폐기물 수집·운반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사업의 외형적 확대뿐만 아니라 내부 경영고도화를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 및 ESG 경영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2차전지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데.
“미래사업BU에 속한 자회사인 에코비트프리텍은 2차전지 재활용의 전처리 단계인 블랙파우더 제조를 담당합니다. 슬러지, 자동차 폐촉매, 산업현장 스크랩 등에서 유가 금속을 추출해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에코비트프리텍은 최근 신설된 라인을 포함해 2개 라인 기준 연간 7000t의 블랙파우더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기준 약 3만대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국내 2차전지 재활용 전처리 시장 2위(처리량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죠.
2차전지 재활용사업은 재고 확보 및 관리가 중요합니다. 에코비트프리텍은 충분한 재고를 보관할 수 있도록 폐배터리 팩 1만대 이상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양극재 재활용 전용라인을 설치하고 추가 라인도 증설할 계획입니다.”
▷주력사업인 매립사업의 단가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에코비트의 최대 경쟁력 중 하나는 다양한 환경사업 포트폴리오입니다. 어느 한 시장의 변동성에 회사의 실적이 출렁이지 않는 구조죠. 매립사업을 담당하는 그린 BU를 포함해 워터 BU의 EPC 사업 강화, 에너지 BU의 스팀 판매, 미래사업BU의 폐배터리 재활용 및 토양정화 사업을 강화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그린 BU에서는 신규 매립장을 열고 영업 고도화, 관리체계 효율화 등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산업이라는 특성상 규제도 많을 것 같은데.
“소각업계는 폐기물 반입 및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환경부의 관리·감독을 받습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이 매우 엄격한 셈이죠. 반면 폐기물을 연료와 원료로 활용하기 시작한 시멘트 업계는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시멘트업계는 자율품질 기준에 따라 운영하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하는 상황이죠. 두 업계 간 갈등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일관된 기준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토양정화는 재건축 업계에서도 상당히 큰 이슈입니다.
“이 역시 규제개선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재건축부지 등 건설 현장에서 오염 토양이 발생했을 때 토양을 일괄 반출해 외부 정화장에서 처리하는 ‘반출정화’가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오염 토양의 정화는 부지 내에서 정화 처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출정화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합니다.
많은 건설 현장에서 공기가 지연되는 이유입니다. 오염 토양을 굴착해 정화하고 되메움한 뒤 다시 토목공사를 위한 굴착작업을 해야 하므로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건설 현장의 오염토양정화는 상황에 맞게 반출정화가 허용되도록 규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토목전문가로서 환경기업을 이끄는데 애로도 클 것 같은데.
“건설회사에서는 도로, 항만 등을 건설하며 국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국가의 뼈대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환경회사에서는 깨끗한 환경,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든다는 좀 더 거시적인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의 본질적 목표인 성장과 이윤추구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및 환경 인재 육성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의료폐기물 수집·운반 포털을 만들고 사업장 안전관리에 AI(인공지능) 스마트 안전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환경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6년 상장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상장을 한차례 연기했습니다.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돼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성공적 IPO를 통해 기업가치 5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환경산업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에코비트 또한 잘 성장해 왔기에 상장에 큰 변수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년 완공되는 마곡 연구소의 역할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종합 환경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그 첫걸음이 강서구 마곡동 연구소 사옥 건축입니다. 연구소가 완공되면 자회사별로 흩어져 있는 연구부서를 한데 모아 수처리, 소각, 2차전지, 토양정화 등 회사의 R&D(연구개발) 업무 및 실험업무를 총괄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됩니다. 환경 기술 연구 인력을 육성하고 신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마곡 산업단지 내 다른 기업과 연구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에코비트 최인호 총괄대표
△1958년 서울 출생
△1985년 단국대 토목공학과 졸업, 태영건설 입사
△2004년 태영건설 토목영업팀 상무
△2020년 태영건설 토목본부 부사장
△2021년 에코비트 총괄대표 사장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