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뮤지컬 '드림하이'에서 다양한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드림하이'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은하 프로듀서, 이종석 연출, 최영준 안무감독, 하태성 작곡가를 비롯해 배우 음문석, 이승훈, 유태양, 진진, 장동우, 심현서, 안소명, 박규리, 오종혁이 참석했다.
2011년 KBS2에서 방송된 동명의 뮤직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드림하이'는 주인공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K팝 가수와 댄서, 선생님이 된 송삼동과 진국, 제이슨, 윤백희까지 주인공들의 10년 후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은하 프로듀서는 아트원컴퍼니의 대표로 다양한 댄스 장르에 조예가 깊다. 그는 "난 댄서들과 오래 일을 했다. 무대나 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댄서 분들의 생존에 대한 스토리나 그들의 태도, 삶에 영감을 많이 받고 살았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감정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 우연히 드라마 '드림하이'를 다시 보게 됐고, 그 안에 꿈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발견하고 그 때부터 기획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드림하이'는 귀 이명을 겪고,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송삼동을 비롯해 주인공들의 기쁨, 설렘, 도전, 좌절 등 여러 감정을 퍼포먼스로 표현해냈다.힙합·팝핑·락킹 등의 창작 안무와 어우러진 넘버들이 인상적이다. 노래보다는 '몸의 언어'에 초점을 뒀다.
이종석 연출은 "기존의 뮤지컬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뮤지컬이 뮤지컬 넘버를 이용해 서사를 끌고 간다면 우리 작품은 드라마와 춤이 넘버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뮤지컬에 춤이 왜 이렇게 강력하고 강렬하게 많이 있느냐는 질문도 있을 텐데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인물들의 두려움과 삶에 대한 열정들이 결국 춤을 통해 표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노래만큼, 혹은 노래보다 더 원초적인 몸 동작을 통해 두려움, 열망 등의 해결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춤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주연 배우 외에 무대에 오르는 약 40여명의 댄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안무감독은 K팝 댄스씬을 대표하는 최영준 맡았다.
최영준 안무감독은 "너무 힘들었다. 뮤지컬 안무를 처음 해봤는데 안무를 만드는 어려움보다는 장면 장면을 잇는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연출님이 여러가지 팁과 노하우를 알려줬다. 배우분들도 아이디어를 많이 줬는데 댄서 출신인 음문석 배우가 14개의 퍼포먼스에 다 의견을 줘 퍼포먼스가 풍성해졌다. 감각이 남다르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댄서들을 언급하며 "'드림하이'를 끌고 가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원작 드라마 또한 음악과 춤을 토대로 하긴 했지만, 또 새로운 장르인 뮤지컬화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 연출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게' 등 여러 작품들이 뮤지컬화했는데 동료 창작자들, 연출가들이 얼마나 애를 쓰는지 나도 이번에 느끼고 있다"며 "원작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2시간으로 압축해야 하니 중심이 되는 이야기, 관객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위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삼동의 10년 전과 갈등 구조를 가진 네 명의 인물로 압축했다. 송삼동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랑받지만 현재의 두려움과 싸워가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음악은 원곡 OST와 신곡을 다채롭게 배치했다. 하태성 작곡가는 "K팝이 위주가 되는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작업이라 쉽진 않았다"면서 "담아내고자 했던 키워드는 '별'이다. 무대 위에 너무 많은 배우들이 조명을 받으며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관객들, 무대 뒤 스태프들까지 전부 하나의 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됐으면 했다"고 밝혔다.
'드림하이'는 전현직 아이돌 멤버들이 유독 많이 출연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꿈을 향한 여정을 그리는 서사에 깊이 공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에서 김수현이 연기했던 송삼동 역은 음문석, 그룹 위너 이승훈, SF9 유태양이 맡는다. 음문석은 "송삼동 역에 몰입하다 보니 나와 스토리가 비슷하더라. 이미지는 다르지만 시골에서 올라와서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게 같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미친듯이 했던 적이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했다"고 고백했다.
이승훈 또한 "서사가 곧 우리"라면서 "이 이야기 자체가 음악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표현하기도 수월하고 공감도 하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밖에서 찾으려고 하는데 그런 건 결국 우리 안에 있다. 관객분들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드림하이'를 보며 위로받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유태양은 "역경과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벽을 넘을 것인지, 회피할 것인지 선택지를 강요 당한다. 그때마다 벽을 넘어야 비로소 내가 잘했고, 결과치가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극에 그런 대사가 있기도 하다"면서 "회상 신에서 울컥하는 게 있더라. 어린 삼동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이게 어릴 때의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진국 역의 장동우는 "대사 중에 '킵 댄싱'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삶은 배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배움이 춤이 될 수도 있고, 노래가 될 수도, 랩이 될 수도, 문화가 될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이 가장 공감됐다"며 "10년 뒤에도 여러 배우분들과 '킵 댄싱'을 이어갈 것 같다"며 웃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윤백희 역을 맡은 박규리는 "친구들의 반짝거리는 눈을 보니 더 확 와닿더라. 내가 연습생이던 중학생 시절 연습할 때 이렇게 눈이 빛났겠구나 생각했다. 그때의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K팝 아이돌에 대한 환상, 꿈 같은 게 환장할 정도로 예쁘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예전 나의 감정도 다시 한번 되살릴 수 있었다. 그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뮤지컬에 첫 도전한 진진 역시 "'나도 저랬었지'라고 되새길 수 있었다. 난 재도전하는 의미로 난 이 작품에 임했다. 뜻깊은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오종혁은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친구도 있어서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고민했는데 이 친구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연습을 하더라. 따로 모여서 연습할 정도였다.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게 보였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음악에 매료되는 관객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넘버보다 춤이 더 많은 뮤지컬을 만들었다는 건 과감하면서도 위험한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연출은 "춤 안에는 많은 감정적 가치가 많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넘버가 배치될 곳에 몸의 언어를 넣었다. 인물의 상황을 몸짓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연출로서 쉽지 않았지만, 이게 다른 뮤지컬과의 차이점 같다"고 말했다.
김 프로듀서는 "춤이라는 소스를 위해 서사를 줄였지만 움직임으로도 (메시지가) 표현된다고 보고 용기를 내 만들었다. 초연임에도 뜨거운 의지로 하고 있으니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승훈은 "오늘은 K팝 댄스, 메가크루 안무 등을 보여드렸는데 그 외에도 스트릿, 현대 무용 등 춤을 넘어 몸으로 일컬어지는 행위예술 자체를 준비했다. '드림하이'를 통해 기존에 보던 안무와는 조금 다른 퍼포먼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드림하이'는 지난 13일 개막해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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