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가 2차 부채한도 협상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미국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연계해 계획했던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을 백악관에서 만나 두 번째 부채한도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 일정을 단축하기로 했다. 원래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일본으로 출국해 19일부터 21일까지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2일 파푸아뉴기니, 24일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진행하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경고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인 다음달 1일까지 협상을 끝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두 나라 방문을 취소하고 21일 귀국하기로 했다.
내부 문제로 정상외교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호주 방문 일정 기간에 열릴 예정이던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 정상회의는 G7 정상회의 기간 중으로 일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의 협의체다. 현직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남태평양 섬나라인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도 어그러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순방 취소 결정은 중국에 맞서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 미 행정부의 노력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140여 명은 백악관과 의회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2011년 정치권이 부채 한도를 놓고 대립했을 때 뉴욕증시가 17% 폭락했다”며 “잠재적 재앙이 될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3월 은행 위기 발생 이후 가장 높은 연 3.9% 수준까지 뛰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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