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사람들은 또 자연스러운 것을 지우기 위해서도 많이 노력한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머리만 감으면 갈색으로 변하는 ‘염색 샴푸’와 노화를 예방한다는 ‘안티에이징’에 이어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주장하는 ‘디에이징’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평소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세월의 흐름을 거부하며 오히려 평생 ‘동안(童顔)’으로만 살아가려고 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필자는 흰머리가 많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염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염색 주기가 빨라졌고, 염색 시기를 놓치기라도 하면 흙 묻은 파뿌리처럼 지저분해 보이기도 했다.
염색에 걸리는 시간과 번거로움, 독한 염색약에 두피 알레르기도 생겨 언제부터인가 염색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 얘기를 전해 들은 한 친구는 “네가 젊어 보이기 위한 염색과 성형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조지 클루니라도 되냐?”며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염색을 버리면서 흰머리를 얻었지만 염색의 번거로움과 스트레스, 두피 트러블에서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염색 안 한 흰머리가 오히려 자연스럽고 더 어울린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가 염색과 작별하는 데 힘이 됐다. 그 후로 마음만큼은 조지 클루니로,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꾸밈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하지는 말기를. 때론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이 더 빛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세기의 연인 오드리 헵번.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 봉사활동 중 찍은 주름지고 화장기 하나 없는 나이 든 그녀 모습이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전성기보다 더 빛나 보이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가수 임영웅이 미스터트롯 예선에서 불러 큰 화제를 일으킨 ‘바램’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처럼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세월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익어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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