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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가 올 1분기에도 시장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은행 위기가 터진 뒤 폭락하는 지역은행주들을 쓸어 담았고, 인기가 사그라드는 중국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매번 시장에 역행하는 선택을 해온 그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지 월가의 눈이 쏠린다.
버리가 이끄는 헤지펀드 사이언매니지먼트가 지난 1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금융(34.6%)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쭉 1위였던 산업재 비중은 7.4%로 쪼그라들었다.
먼저 사이언은 1분기에 뉴욕커뮤니티뱅코프 주식을 약 85만 주 신규 매입했다. 769만달러어치(약 103억원)에 해당한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앞서 파산 위기에 놓인 시그니처뱅크를 인수한 은행이다. 사이언은 캐피털원파이낸셜도 721만달러어치(약 96억원)에 해당하는 7만5000주를 매입했다.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도 1분기 처음 등장한 캐피털원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를 주로 발행하는 금융회사다.
다음 파산 주자로 지목되며 주가가 대폭 떨어진 지역은행주도 사들였다. 팩웨스트 주식은 25만 주(243만달러어치), 웨스턴얼라이언스 주식은 12만5000주(444만달러어치) 매입했다. 지난달 JP모간이 인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도 3월 기준 15만 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NBC는 1분기 후 사이언이 퍼스트리퍼블릭 지분을 팔았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중국 빅테크 비중도 대폭 늘렸다. 1분기 사이언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 주식 17만5000주를 사들였다. 보유 주식은 전 분기(7만5000주)의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현재 보유한 지분가치는 1097만달러(약 147억원)다. 현재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봤다는 해석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주식도 5만 주 사들여 기존 보유분(5만 주)의 두 배로 늘렸다. 징둥닷컴과 알리바바가 사이언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26%, 9.56%로 1·2위다.
중국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한 대다수 자산운용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공시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1분기에만 징둥닷컴 주식을 400만 주 매도했다.
직전 분기 포트폴리오 상위에 있던 종목들을 다수 팔아치운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포트폴리오 비중 1위였던 교도소 기업 지오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분기 약 96만 주를 매도하며 보유지분을 반으로 줄인 데 이어 올 1분기 또다시 66만 주를 매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버리가 쇼트 포지션(공매도)으로 이름을 날린 만큼 드러나지 않은 투자가 많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헤지펀드들은 쇼트 포지션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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