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찾은 전북 군산의 새만금개발청에선 ‘2차전지 특화단지는 전북 새만금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이 기자를 먼저 맞았다. 새만금청에 들어가자 직원들이 국내외 기업 관계자와 전화로 유치 상담을 하고 있었다. 해외기업 유치를 전담하는 교류협력과엔 중국어와 영어권 직원이 두 명씩 자리하고 있었다.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1987년 조성되기 시작한 새만금 간척지가 30여 년 만에 배터리 소재 클러스터로 거듭나고 있다. 김은철 새만금청 교류협력과 사무관은 “청이 새만금으로 온 2013년 이후 9년간보다 최근 1년간 성과가 훨씬 더 크다”며 “바쁘긴 하지만 성과가 나니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광활한 간척지인 새만금에 분주한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부터다. 이때부터 이날까지 체결된 입주 계약만 28건이다. 이들 기업이 약정한 투자 규모는 4조1760억원에 달한다. 앞선 9년간 계약 실적인 1조4740억원(33건)의 세 배에 육박한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입주 계약이 빗발쳤다. 28건 가운데 12건이 배터리 소재 기업이다. 지난 3월 SK온, 에코프로, 중국 거린메이, 4월 LG화학과 중국 화유코발트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음극재 기업인 대주전자재료, 폐배터리 기업인 성일하이텍 등도 공장을 건설 중이다.
2차전지 소재 회사들이 새만금으로 몰리는 이유는 △넓은 부지 △편리한 교통 △저렴한 분양가 △빠른 인허가 절차 등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로부터 배터리 소재를 조달하라고 사실상 강제한 영향도 크다.
이와 함께 새만금을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간선도로가 오는 7월에 뚫리고, 포항까지 연결되는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도 내년 준공된다. 한일수 새만금청 산업진흥과 사무관은 “트라이포트 플러스 고속도로 체계를 구축해야 기업들의 물류와 기업인 이동이 자유로워진다”고 설명했다.
새만금엔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0여 배에 이르는 광활한 매립지가 있다. 큰 땅은 33만㎡(약 10만 평) 기준으로 구획이 나눠져 있어 넓은 부지를 찾는 기업이 많다. 매립지라는 점 때문에 토지 소유자로부터 발생하는 민원이나 토지 보상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라는 게 새만금청의 설명이다. 산업단지 분양가는 3.3㎡당 50만원으로 인근 산단의 3분의 2 수준이다.
현재 매립 중인 땅임에도 먼저 계약하겠다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5조~6조원의 계약이 체결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청 관계자는 “세계에서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이렇게 빨리 한 장소에 둥지를 튼 곳은 새만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새만금=김형규/임동률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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