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가 도입 44년 만에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17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모씨 등 다섯 명이 유류분 제도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의 첫 번째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이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112조~제1116조 및 제1118조 등 여섯 개 조항의 위헌성을 따지기 위해서다. 유류분 제도를 두고는 법을 도입한 1979년과 사회 현실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헌재에는 위 사건 외에도 유류분 관련 민법 조항의 위헌성을 따지는 사건이 40여 건 올라와 있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 등)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부모 등)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고 있다. 피상속인이 “가족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겠다”고 유언을 남겨도 상속인은 법으로 보장된 유류분만큼은 받을 수 있다. 이 법은 유족의 생존권 보호와 재산 형성 기여, 균등 상속 기대 보장 등을 취지로 도입됐다.
며느리 측은 핵가족화 및 평균 수명 증가, 남녀 평등 실현 등에 따라 오늘날 유류분 제도의 정당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시어머니인 유씨의 재산 처분 자유가 상속권에 우선하고, 당사자 간 형평성과 상속 재산에 대한 기여 등 구체적인 사정이 고려되기 어려운 점도 꼬집었다. 강인철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차등을 두지 않은 유류분 제도는 불효자만 양성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유씨의 딸들은 민법 제1114조의 후문을 근거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증여의 경우 상속 개시 전 1년간 행한 것만 유류분 산정 대상이지만,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하면 상속 개시 1년 전에 한 증여도 대상이 된다. 유씨는 사망 수년 전에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계인 법무부는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하지 않는 점과 부양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속인도 상속 재산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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