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조작 사태가 터진 뒤 금융당국은 “주가 조작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6일 “불법 행위에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일부 유사투자자문 업체 회원으로 가입해 보니 금융당국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시세 조종으로 추정되는 행위를 하는 업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있다. 회원 등급을 구분한 뒤 매수·매도 타이밍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우대 회원에게 추가 수익을 제공했다. 이런 과정에 호재성 뉴스가 나오면서 주가가 뛰었다.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방식으로 추정되는 투자자 모객 행위도 사라지지 않았다.
17일 오전 8시50분 유사투자자문 업체 F가 운영하는 텔레그램방. ‘출석 체크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자 회원들이 ‘출석’이라는 답변을 줄줄이 올렸다. 오전 9시40분 ‘보유 종목 매도하겠습니다. 종목 삼화전자’라는 메시지가 뜨자 회원들이 ‘1번’ 메시지를 줄지어 올렸다. 주식을 팔았다는 표시다. 지난달 20일 주당 1870원이던 삼화전자 주식은 이달 16일 8470원으로 약 한 달간 네 배 넘게 올랐다.
한달간 리딩방 가입해보니
속칭 ‘리딩방’으로 불리는 이들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추천하면 종목 추천 직후 어김없이 거래량이 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카톡이나 텔레그램으로 매수·매도 타이밍을 알려준 후 조직적으로 주식을 사거나 파는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하거나 차익을 실현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부정거래행위 등으로 추정되는 불법 행위”(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라고 지적했다. 여러 리딩방이 동일한 주식을 매수·매도 추천하는 거래도 확인됐다. 여러 업체가 서로 짜고 거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후 1500~2000원 선에 머물던 크리스탈신소재는 10일부터 12일까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15일 공시가 나온 뒤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의 시황 변동 조회공시 요구에 크리스탈신소재는 “별도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크리스탈신소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강소 기업이다. 하지만 주가가 단기 급등할 사유는 없었다. 주가가 오를 무렵 시장에선 크리스탈신소재가 “전도율이 가장 뛰어난 그래핀 분말 연구개발에 성공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강하면서 구리보다 높은 전도성을 지닌 첨단 신소재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리딩방 R은 지난달 10일부터 회원들과 일부 개인투자자에게 KBG를 추천했다. 이로부터 1주일 뒤인 19일 KBG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다. 유사투자자문업체 F가 운영하는 텔레그램방은 회원들이 투자 차익을 실현하는 수법을 잘 보여준다. 이날 리딩방 F가 운영하는 텔레그램방에 ‘보유 종목 매도하겠습니다. 종목 삼화전자’라는 메시지가 뜨자 “수익 감사합니다”라는 답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주식 매도 메시지다.
삼화전자 주가는 지난달 20일 2890원에서 6거래일 연속 폭등하면서 이달 4일 1만4000원까지 올랐다. 이 회사는 희토류 대체품으로 평가받는 페라이트코어 사업이 주력이다.
시장에선 테슬라가 희토류를 배제한 전기차를 설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단기 급등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화전자는 “테슬라와 사업 연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