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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양자 컴퓨팅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과 IBM이 미국과 일본 간 양자 컴퓨팅 협력 사업에 1억5000만달러(약 2009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규모 투자로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기술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보도에 따르면 오는 19~20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다.
미국 시카고대와 일본 도쿄대의 양자 컴퓨팅 관련 공동 연구에 구글과 IBM이 자금을 대는 형식이다. IBM이 1억달러를, 구글이 5000만달러를 각각 부담한다.
양자 컴퓨터를 직접 설계하는 물리학자들부터 인접 분야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과학자들까지 ‘한 세대의’ 전문가들을 키워내겠다는 계획이다. 폴 알리바토스 시카고대 총장은 “양자 컴퓨팅 뒤에 숨겨져 있는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IBM은 10년 내로 10만큐비트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내놓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433큐비트급 프로세서 ‘오스프리’를 선보인 바 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정보 처리 단위로, 높을수록 고성능이다. 전통적인 컴퓨터 프로세서는 반도체 칩에 집적된 트랜지스터 1개에 0 또는 1의 디지털 비트를 하나씩 저장하지만,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는 0과 1이 섞여 있는 ‘양자 중첩’ 상태의 큐비트를 이용한다.
IBM은 양자 컴퓨터를 통해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모델링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 기후 변화를 연구하고 탄소를 포집할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화석 연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단번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원자 단위에서 시뮬레이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실험실에서만 6개월이 걸리던 일을 반나절 만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구글의 경우 양자 컴퓨팅 연구 분야에서 최초로 대학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다. 구글은 장기적으로 수 백만큐비트의 정보량을 처리할 수 있어야 양자 컴퓨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암호화와 무기 체계 등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관영 매체들은 중국 연구소들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사용하는 주된 방법은 일본과 서유럽 등 동맹국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고립’ 전략이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는 “연구 초기 단계에서 특히 동맹국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 다수의 중국 학생이 미국 대학에서 선진 과학을 공부했다”며 “우리는 너무 느슨했다. 경쟁자인 그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교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산학 협력은 지난해 7월 이매뉴얼 대사가 후지이 테루오 도쿄대 총장과 함께 점심을 먹던 중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루오 총장이 이 자리에서 도쿄대의 양자 컴퓨팅 프로그램을 소개했고, 전직 시카고 시장이었던 이매뉴얼 대사도 시카고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호응한 것이다.
히로아키 아이히라 도쿄대 부총장은 “중국의 양자 컴퓨팅 개발 상황은 베일에 싸여 있다”며 “그들은 매우 위협적인 경쟁자”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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