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청리지방산업단지에 있는 환경 촉매 기업 나노(NANO). 지난 12일 이곳에선 창립 24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장의 분위기는 여느 중소기업과 확연히 달랐다. 사회를 맡은 이는 입사 3년 차 막내 직원 유은영 씨(22). 직원들이 모인 강당도 20~30대로 북적였다. 신동우 나노 회장은 “나노는 젊은 직원들이 더 많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청년 직원들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나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현장직과 사무직을 합쳐 80명이다. 이 중 20대는 29명, 30대 20명, 40대 20명, 50대 10명, 60대 1명이다. 60대는 신 회장이다. 청년들이 외면해 주로 고령자만 남아 있는 다른 중소기업과는 딴판이다. 지방의 외진 곳에서 공장을 돌리는 중소기업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두 번째는 위계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문화다. 품질관리부에서 근무하는 신수경 씨는 “퇴근할 때 눈치 안 보고, 연차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유은영 씨는 “3년간 근무하면서 부서에서 강압적인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며 “문제가 생겨도 상급자가 호통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모여서 해결책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근무 환경도 ‘사원의 행복’이라는 사훈(社訓)에 걸맞다. 사무동 1층엔 헬스장과 탁구대 골프연습장이 마련돼 있다. 탕비실은 카페테리아로 바꿨다.
구내식당에는 청년들이 좋아하는 튀김류 등의 메뉴가 자주 나온다. 나노는 사무공간도 최근 확뜯어고쳤다. 직원들이 자신의 취향대로 책상 등 가구 디자인과 색상을 정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전문가를 붙여줬다. 이달 초에 끝난 이 작업에 걸린 기간만 1년이다. 신 회장은 “스스로 사무공간을 꾸미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며 “회사에서 획일적으로 배치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자영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성과나 매출 중심의 기능적 측면을 넘어 자아실현이나 비전 등 상위 개념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를 중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나노의 근본적인 경쟁력으로 직원들은 ‘비전’을 꼽는다. 아직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직장이라는 것이다.
나노는 국내 최초로 탈질 촉매를 개발한 기업이다. 탈질 촉매는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석유화학공장, 선박의 디젤엔진 등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주범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자칭 ‘대한민국 공기청정기’를 표방한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70%로 1위, 선박 디젤엔진 탈질 촉매 공급은 세계 1위다.
모두가 긴축 경영에 나서는 요즘 나노는 ‘확장 경영’을 외치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를 올린 데 이어 운송 차량도 교체했다. 기업이 그동안 거둔 성과에 안주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최근 NOx뿐 아니라 일산화탄소(CO)까지 잡을 수 있는 복합촉매를 개발해 양산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상주공장에 1200㎥ 규모의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 탈질 촉매 제품 수출을 늘리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신 회장은 원래 재료공학을 전공한 교수였다. 한양대 공대와 KAIST를 나온 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을 거쳐 1995년부터 국립 경상대 교수로 재직했다. 나노를 창업한 건 1999년. 외환위기 여파로 제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나노 경영에는 독일 연구원 시절 현지기업의 운용 방식에서 보고 느낀 점이 많이 배어있다.
지난해 나노의 매출은 512억원. 올해 600억원이 목표다. 계열사인 나노케미컬, 나노엔지니어링, 나노오토, 나노NBG 등의 목표까지 합치면 올해 나노그룹의 총 매출은 약 2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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