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코로나 여기서 터진다"…18억명 '박쥐와의 공존'

입력 2023-05-17 06:56   수정 2023-06-16 00:01



무리한 채굴과 벌채로 박쥐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서아프리카, 인도, 브라질 등이 또다른 팬데믹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0년 간의 질병 발생 및 환경 분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2의 코로나19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인구가 18억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002년 이후 57% 증가한 수치다. 박쥐가 많이 살고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이 지역의 공통점이다. 총 900만㎢에 달해 지구 전체 면적의 약 6%를 차지한다.

이러한 고위험 지역에는 중국·인도 등의 인구밀집 지대, 서아프리카와 브라질 등 환경 파괴 지역이 포함됐다. 벌채와 채굴로 숲과 동굴이 사라지자, 박쥐들이 민가 인근에 살면서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우간다에서 퍼진 희귀 변종 에볼라인 '마르부르크병'이 대표 사례다. 지난 1월 우간다에서 발생한 이 병으로 160명 이상이 감염되고 그 중 70명이 사망했다. 그 전까지 마르부르크병이 사람에게 발견된 적은 없었다.



자원 개발로 환경이 파괴되는 동시에 인구가 증가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철강기업 중 하나인 아르셀로미탈은 2005년 라이베리아 님바 산맥의 광산 채굴권을 얻은 뒤, 인근 수목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2000년 이래 숲의 22%가 사라졌다. 반면 광산 주변 인구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약 80% 증가했다. 아르셀로미탈 역시 광산 개발로 인한 전염병 확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광산 노동자들의 수렵을 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가나에서 탐사 및 채굴을 허가된 면적은 독일의 면적을 넘는다며 이 중 3분의1이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박쥐 등으로 인한 인수공통전염병의 발생 사례도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아프리카에서는 338건의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했다. 그 전 10년보다 63% 증가한 수치다. WHO는 아프리카 대륙의 빠른 인구 증가, 도시화, 야생동물 서식지 침범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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