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금리역풍'에 1분기 실적 울상…그나마 선방한 곳은?

입력 2023-05-17 08:56   수정 2023-05-17 08:57

국내 카드사들이 줄줄이 부진한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조달 비용이 늘어났고, 연체율 상승에 따라 대손충담금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1667억 원을 나타냈고 KB국민카드는 31% 감소한 820억원, 우리카드는 46.3% 줄어든 4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카드 또한 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고, 롯데카드도 544억원으로 40.5% 감소했다.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풋옵션 평가분이 영업외 비용으로 발생해 일회성 요인에 따른 기저 효과로 13억2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3% 급감했다.

그나마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455억원, 현대카드는 7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9.5%, 7.9% 줄어드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해 올해 전반적으로 영업 환경이 좋지 않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연체율 관리를 비롯해 대손 비용을 줄이는 등 자산 건전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카드사 대부분이 연체율이 1%를 넘겨 카드사마다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1.37%로 전분기보다 0.33%포인트(p) 상승했고 삼성카드(1.10%), 국민카드(1.19%) 역시 1%를 넘었다. 대손 비용 역시 비상 상황이다. 1분기 신한카드의 대손비용은 전년동기대비 31%, 삼성카드는 84% 증가했고 하나카드의 경우 162% 급증했다.

이러한 와중에 현대카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비교적 좋은 지표들이 1분기에 나왔다. 1분기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0.95%로 1% 미만을 나타냈고, 대손비용은 62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95억원 대비 21% 줄었다.

현대카드는 자산건전성은 물론 외형성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1분기 신용판매 취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조7021억원(16.2%) 증가했고,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난 애플페이를 타고 시장점유율도 확대했다. 애플페이 출시 후 한달 간 현대카드의 신규발급 카드 수는 35만5000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7%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서 공개한 ‘3월 신용카드 이용실적’에서도 현대카드의 신규회원수가 20만3000명으로 카드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효과로 신규가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회사 전체적으로는 손익이 감소하더라도 건전성에 최우선을 뒀다"며 "기준금리가 급상승 하고 경제지표들이 불안정할 때 외형 경쟁은 무모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연체율 급증 등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사들에 충당금 등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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