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며 퇴장 수순을 밟던 디젤차가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반짝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올 들어 휘발유 가격이 다시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유지비 부담이 덜한 중고 디젤차로 소비자 선택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가 18일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개 모델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이달 중 저가인 디젤차 시세는 대체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반면 경차를 포함한 휘발유차 시세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모델 시세 전망을 보면 현대자동차 싼타페 TM(2354만원), 르노코리아자동차 QM6(1388만원), KG모빌리티 티볼리 (892만원) 등 경유를 넣는 디젤차들이 대부분 전월과 비슷한 시세를 유지하면서 가격 방어에 성공했다. 시간이 갈수록 시세가 하락하는 중고차 특성을 감안하면 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8일 휘발유보다 L당 236.1원 비쌌던 경유는, 올 들어 하락세가 지속되며 다시 휘발유보다 가격이 낮아졌다. 전날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1457.76원으로 휘발유(1620.90원)보다 163.14원 저렴하다.
통상 경기 불황기에 판매량이 느는 경차도 휘발윳값 상승 영향을 받았다. 경차 주요 모델 중 기아 올 뉴 모닝은 전월 대비 2.3%, 레이는 2.2%, 더 뉴 레이는 2.1%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고 시세 5000만원 이상 대형 휘발유 차량인 제네시스 G80(-2.1%), 벤츠 S클래스 W222(-2.5%), 토요타 시에나 4세대(-2.6%) 등은 시세 약세가 더욱 뚜렷했다.
이민구 케이카 PM팀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경차가 높은 시세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저가 디젤 차량을 대체재로 선호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된 신차 가격이 상품성 개선과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높게 책정되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저렴한 중고 디젤차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로 풀이된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최근 국가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차량 구매 의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국내 차량구매의향지수는 8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딜로이트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품의 고급화, 전동화 전환에 따른 신차 가격 상승이 VPI 지수가 계속 저조한 데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국내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은 5031만원으로 전년 대비 5.7%, 2020년 대비로는 20.3%나 뛰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레저용 차량(RV) 평균 판매가격은 2020년 4177만원에서 2022년 4640만원으로 11.1% 올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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