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들어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좋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암울한 경제상황이 자녀를 낳는 선택을 막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출산율을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2010년 무렵까지 10여년간 상승세였다. 이 기간 스웨덴은 실업자와 한부모 가정 등에게 탁아소 비용을 면제하고 남성의 의무 육아휴직을 30일에서 3개월까지 늘리는 등의 정책을 폈다. 육아휴직을 반반씩 사용하는 부부에게 약 160만원을 자동 지급하는 등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한 것이 출산율 반등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010년 1.98명까지 오른 합계출산율은 이후 10년 넘게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3년 1.89명, 2017년 1.78명, 2020년 1.67명 등 감소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작년 1.52명으로 하락해 1.5명대까지 낮아진 출산율은 올해 1.50명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일부 스웨덴 언론에 따르면 1분기 출산율은 이미 1.4명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출산율 수준(0.78명)보다는 두배 가까이 높지만 하락을 겪고 있는 것은 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경제상황'을 꼽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여성들이 출산 대신 일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더 어두워지면서 자녀를 낳지 않기로 하는 경향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명예교수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투잡이나 초과근무를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올라 스웨덴 스톡홀름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지는 등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하락했다"며 "가족을 꾸리는 의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제도가 잘 돼있더라도 직업이 없는 사람에겐 무의미하다는 게 올라 교수의 분석이다.
돈을 버는 걸 중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스웨덴의 첫 아이 출산 연령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초산연령은 지난 2019년 29.75세로 높아졌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출산율 악화 사례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저출산 대책을 세우더라도 1%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올해와 같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출산율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선 성장 경로를 회복하고,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연금·노동 개혁 등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