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확고한 품질에 대한 기준이 유전자처럼 남아있습니다."
지난 16일 오전 부산 강서구 신호산업단지 내 위치한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 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해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제조본부 본부장은 르노코리아의 품질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은 르노에 인수되기 전인 1997년 삼성자동차가 완공한 역사가 있는 제조 공장이다. 이 본부장의 말에는 부산 공장의 첫 시작이었던 삼성의 '품질 중시' 기조를 이어받아 왔다는 자부심이 녹아있었다.
부산 공장에서는 XM3, SM6, QM6가 생산되고 있다. 트위지도 부산 공장 내에서 위탁 생산 중이다. 이 밖에 하이브리드 배터리와 엔진 등이 생산되고 있다. 부산 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은 연간 30만대 정도로, 현재는 15만~16만대 규모로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르노 그룹 내에서도 가장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아르카나(XM3)의 경우 차량 판매 이후 3개월 내 품질 불만 건수가 1000대당 16대 정도로 미미하다. 전세계 르노 그룹 20개 공장 중 출하 차량에 대한 불량수도 가장 적다.
이 본부장은 "저희가 아무리 파업해도 품질 지표는 최고 수준으로 똑같다"며 "직원 각자가 자신의 본분을 정확하게 알고, 품질에 대한 인식이 높아 그만한 책임감으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립 공장은 무인 운반차(AGV)를 활용한 물류 공급 자동화율이 95%에 달한다. 이날 방문한 조립 공장 안에서는 무인 운반차가 정해진 라인을 따라 부품을 싣고 공장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총 220여대의 무인 운반차가 운영되고 있는데 라인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사람은 무인 운반차가 가져다주는 부품만 조립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무인 운반차 시스템 덕분에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에서는 혼류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인 운반차가 차종에 맞는 부품을 자동으로 공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공장은 1개의 조립 라인에서 4가지의 플랫폼, 8개의 모델까지 가솔린, 디젤,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을 모두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르노코리아의 혼류 생산 방식은 유럽의 다른 르노 공장에서도 벤치마킹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날 방문한 공장 내에서도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주황색이나 분홍색 등 색깔로 현재 조립되고 있는 차종을 구별해 놓은 게 눈에 띄었다. 더욱이 무인 운반차가 부품을 나르기 때문에 적재 되어있던 부품들도 사라져 조립 작업하는 직원들이 투명하게 보여 작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보였다.
이 본부장은 "2014~2019년 한 공장에서 4플랫폼 7모델 생산한 경험이 있다"며 "부산 공장의 생산 설비가 모두 다 차종 혼류 생산에 최적화돼있다고 봐도 된다. 다른 공장에서는 없는 경험으로, 우리는 다차종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경험과 설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불량 차량이 나갈 수 없는 7개의 검사 라인을 통한 철저한 품질 관리도 르노 코리아의 품질 관리에 한몫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인라인 자체 품질 보증 시스템과 총 7개의 검사 라인을 통해 최소 300% 이상의 오프라인 검사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비록 르노코리아가 현재 부산 공장 하나만을 운영하는 작은 회사지만, 전동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자동차 업계 화두인 탄소 중립은 2040년을 목표로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 본부장은 "공장이 하나밖에 없는 회사가 지금 당장 전기차로의 전환을 구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된다"라며 "전기차 생산 체계를 구축할 것이지만, 르노코리아가 잘하는 혼류 생산 방식으로의 개념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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