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코리아(Buy Korea)’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한달 순매수 규모만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경기침체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한국 주식을 사들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선 외국인들이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을 예상하고 미리 사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18일 20.74포인트(0.83%) 오른 2515.40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528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기관은 816억원, 개인은 444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했다.
외국인은 지난 3월 중순부터 국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점점 매수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 한달 간 누적 순매수 규모는 2조6766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은 뜻밖이란 평가가 많다. 수출부진에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다시 1330원대를 넘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환율이 오르고(원화 가치 하락) 금리 차가 벌어지면 외국인이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이례적인 움직임의 배경에 반도체가 있다고 분석한다. 외국인은 최근 한달간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한 종목만 2조1920억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3450억원)까지 합치면 투자금의 95%를 반도체에 쏟은 셈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만 반도체주를 사들인 건 아니다. 이달들어 뉴욕증시에서도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6.56%, AMD가 16.09% 오르는 등 반도체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중반부터 반도체 재고 조정이 마무리 되고 하반기부터 수요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 회복이 다소 늦어진다고 가정해도 삼성전자의 20% 이상 감산에 따른 공급축소 효과만으로도 하반기 글로벌 D램, 낸드 수급은 균형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색깔이 바뀐 만큼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외국인 자금이 특정 종목에 집중된다는 것은 패시브가 아닌 액티브 펀드를 통해 돈이 들어온다는 의미”라며 “매크로 변수보다 개별 종목의 실적에 집중해야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최근 반도체 외에 집중매수하고 있는 주식은 엔터주다. 최근 한달간 와이지엔터테인먼트를 1195억원, JYP엔터테인먼트를 913억원 순매수했다. 이에따라 JYP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45.6%까지 늘어났다.
K팝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시장까지 휩쓸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JYP 관계자는 “올들어 외국계 투자은행(IB)의 기업 탐방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의 매도물량은 2차전지 관련주에 집중됐다. 에코프로(7120억원 순매도)를 비롯해 포스코퓨처엠(3943억원) 등 최근 한달간 순매도 종목의 1~5위가 2차전지주였다. 정반대로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매수 상위종목은 2차전지주가 1~5위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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