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금융당국, 언론 모두 우왕좌왕이었다. 공개된 용의자가 구속되기까지 무려 3주가 걸렸다. 그동안 작전 세력의 ‘라이브 방송’은 종횡무진이었다. 한국 자본시장에 숨어든 포퓰리즘을 쥐고 흔들었다. 사태를 되짚어보면 어이없는 선동에 놓친 부분이 있다. 주가조작 모래성이 무너지면서 수천억원을 번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가조작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의 ‘커밍아웃’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는 숨기는커녕 유력 방송에 출연한 뒤 수많은 기자와 접촉해 자기주장을 폈다.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스스로 ‘피해자’라고 말했다. 장외파생거래인 차액결제거래(CFD)로 빚을 내 주가조작에 나선 탓에 그 또한 원금을 넘어 엄청난 손실을 봤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라덕연은 이익을 본 사람이 ‘범인’이라는 논리를 폈는데 정작 언급하지 않은 세력이 있다. 주가조작 폭락 직전 CFD 쇼트(매도) 포지션을 잡은 이들이다. CFD는 투자원금의 2.5배로 종목 매수뿐 아니라 매도도 가능하다. 시장에 집계되지 않는 사실상의 공매도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래소에서 받아 지난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다우데이타 3월 CFD 매도잔액이 491억원으로 매수잔액(817억원)의 60%에 이른다. 하나증권(275억원), KB증권(200억원)에서만 CFD 매도가 집중됐다.
CFD 공매도 세력은 주가조작 모래성이 무너질 때 다우데이타 하나만으로 330억원(수익률 168%)가량 번 것으로 추정된다. 낙폭이 더 컸던 삼천리 선광 서울가스 등의 CFD 매도잔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폭락 와중에 수천억원을 챙겼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쯤 되면 라덕연의 커밍아웃에 모종의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핵심을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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