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9일 09: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C가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를 인수한다. 기업가치는 약 1조원으로 평가했다. SKC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매출처가 다변화 된 반도체 소재 기업을 물색해오다 ISC를 점찍었다. 경영권 지분 인수 금액은 3500억~4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1조 규모 반도체 소재기업 M&A 성사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C가 코스닥 상장기업 ISC의 최대주주인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헬리오스PE)와 M캐피탈로부터 지분 전량을 넘겨받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르면 7월 인수 조건과 가격 등을 확정해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기로 했다.인수 대상은 헬리오스PE와 M캐피탈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31.56%(549만600주)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창업주 정영배 대표(7.88%) 지분 일부와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캑터스PE)-메이슨캐피탈 컨소시엄 지분(1.97%)도 포함될 수 있다. 캑터스PE와 메이슨캐피탈은 헬리오스PE가 주식을 매각할 때 함께 팔 수 있는 공동매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포함할 경우 인수 대상은 최대 41.4%에 이를 수 있다.
SKC는 ISC 기업가치를 97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지분만 4000억원 가까운 금액에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시가총액(7229억원) 기준으로 약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책정된 금액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멀티플 기준으론 약 14배다. ISC는 작년 EBITDA로 창사 이래 최대인 670억원을 기록했다.
SKC는 2차전지 소재와 반도체 소재 등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적합한 매물을 검토해 왔다. 특히 중소에서 중견 규모로 성장 중인 반도체 소재 회사를 집중 탐색했다. 반도체 소재는 SKC 사업부 중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는 분야다. 총매출은 1분기 기준 875억원으로 2차전지 소재(1803억원)와 화학(3933억원)보단 낮지만, 1분기 영업이익은 78억원으로 사업부 중 유일한 흑자다.
SKC의 M&A 행보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예고됐었다. 당시 최두환 SKC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신사업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이달 초 진행된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조만간 (M&A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 재차 밝혔다. 인수 자금에 대해선 "보유 현금과 자산 유동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SKC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8210억원이다.
반도체 불황에도 타격 덜했던 테스트 소켓
2007년 코스닥에 상장된 ISC는 반도체 솔루션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테스트 소켓 분야에선 세계 1위 업체다. 테스트 소켓은 패키징이 끝난 반도체를 꽂는 커넥터로 반도체 제조 공정 중 마지막 검사를 위해 꼭 필요한 부품이다. 최종 패키지 공정까지 마친 반도체를 테스트 소켓을 통해 불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나 종합 반도체 제조사에게 수율 및 불량 원인 등을 분석해준다. 테스트 소켓은 크게 포고핀(Pogo Pin)과 실리콘 러버(Slilicone Rubber) 소켓으로 나뉘는데, ISC는 후자에 특히 강점이 있다. 기존에 사용돼 온 포고핀이 길이가 길어 테스트 시 신호전달이 잘 되지 않거나 날카로운 핀이 반도체 IC 단자에 손상을 주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개선한 실리콘 러버를 최초로 개발했다. 손실률이 적고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다.
SKC는 ISC가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에 매출처가 분산돼있는 점을 높게 샀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수요 감소와 미중 무역분쟁 등이 겹치며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가격도 떨어지는 악재를 겪었다. 하지만 ISC의 경우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 특성상 주문제작이 대부분이고 납기가 빨라 고객군만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비교적 타격이 덜한 분야다. ISC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퀄컴, 인텔, AMD, 브로드컴, 비디아, 구글, 아마존, 베타 등 글로벌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실적도 안정적이다. ISC는 지난해 매출 1789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을 냈다. 각각 전년보다 24%, 50% 올랐다.
헬리오스PE-M캐피탈과 새마을금고는 '잭팟'
최대주주 헬리오스PE와 M캐피탈, 앵커 출자를 선 MG새마을금고는 이번 거래로 대규모 차익을 내게 됐다. 헬리오스PE는 2021년 5월 당시 ISC 경영권 지분을 주당2만8736원에 확보했다. 기업가치 5000억원에 총 1500억원을 투입했다. 창업주인 정영배 회장을 포함해 특수관계인인 정영랑·정해솔·정승재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았다. 새마을금고는 이중 1000억원 출자를 단행한 앵커 출자자였다. 이후 M캐피탈이 공동 위탁운용사(Co-GP)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매각으로 1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매도 측은 높은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헬리오스PE는 헬리오스에쿼티파트너스의 자회사로 2018년 설립됐다. IMM&Company 대표와 트리티티에쿼티파트너스 부회장을 거친 전제모 대표가 이끌고 있다. M캐피탈은 MG새마을금고가 최대 출자자인 스마트리더스홀딩스가 보유한 캐피탈 업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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