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들은 주차된 차량이 움직이지 않도록 바퀴 사방을 나무블록으로 고정하고, 그물 벨트로 휠을 감아 또 한 번 컨테이너 바닥에 결박했다. 고정 작업이 끝나자 1번 차의 보닛 위로 비스듬히 대형 사다리가 설치됐다. 작업자들은 뒤이어 들어온 2번 차량을 경사진 사다리에 단단히 묶었다.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체를 기울여 ‘공중 부양’시킨 셈이다. 마지막 3번 차량은 1번 차와 마찬가지로 컨테이너 바닥에 고정했다.
XM3 석 대를 줄 세우려면 못해도 14m 길이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르노코리아는 이 방법으로 12m짜리 컨테이너에 차 석 대를 싣는 데 성공했다. 이달 한 달간 이런 방식으로만 전체 수출 물량의 10%인 1700대를 프랑스에 보낼 계획이다.
‘물류 대란’ 여파 속 르노코리아가 컨테이너선으로 수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하는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부산공장에서 16만4656대를 생산해 70%(11만2604대)를 수출했다. 특히 2021년 6월 유럽에 출시한 XM3 하이브리드가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해 부산에서 수출한 물량만 9만9166대에 달했다. 1년 새 174% 급증했다. 자동차의 ‘수출 1위’ 등극에 한몫했다.
하지만 늘어난 수요만큼 차를 실어 나를 배를 구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전용 운반선 공급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르노코리아는 컨테이너 수출에서 활로를 찾았다. 보통은 컨테이너당 차량 두 대가 들어가지만 르노코리아는 석 대를 선적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몇 달간 안전·품질 테스트를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구내에서 바로 컨테이너에 실어 10분 거리의 부산신항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컨테이너 야적장이 따로 필요 없다.
회사 관계자는 “석 대 선적으로 수송 역량이 높아진 덕분에 별도 하역 비용까지 합쳐도 전용선보다 10%가량 저렴하다”고 했다. 르노코리아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컨테이너선 수출을 향후 다른 유럽 지역과 멕시코·호주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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