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의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한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대기업들에서 후원금을 걷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준 행위를 일컫는다. 전경련은 이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한 축으로 낙인 찍혀 재계에서 위상이 추락했다.
김 회장대행은 “통렬한 반성의 핵심 내용은 역사의 흐름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전경련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공개한 혁신안대로 전경련이 환골탈태해야 미르재단 사태 때 탈퇴한 삼성 등 4대 그룹이 돌아오고, 재계 맏형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경련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치적 행보보다는 회원들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제안하는 단체로 탈바꿈하겠다는 얘기다.
김 회장대행은 “연구 기능은 전경련의 메인 파트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킹을 해서 세계 각국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해 회원사에 제공하고, 정부에 정책 제안도 하는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혁신 방안인 ‘글로벌 경제환경과 주요국 경제정책 동향 등에 대한 연구·정보 기능 강화를 통한 회원사 서비스 대폭 확대’ 등과도 연결된다.
총회에서 발표될 윤리헌장엔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 단호히 배격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기업 상생 선도 △혁신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윤리경영위 구성과 관련해선 “누가 봐도 안 무너질 것 같고, 시장경제에 대해 이해도가 있는 분을 위원장으로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경련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등을 확산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신산업 분야 기업인과 젊은 세대 등으로 회장단을 확대하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현재 전경련 회원사는 제조업이 전체의 38.1%로 가장 많고 금융·보험업 13.8%, 유통업 8.6% 등 대부분이 전통 산업 분야다. 급속도로 늘고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도 회원사로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회장대행의 혁신안 발표를 계기로 2017년 초 탈퇴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등의 재가입 명분도 어느 정도 마련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탈퇴 전 4대 그룹의 연회비는 전경련 전체 연회비의 절반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대행은 4대 그룹 재가입에 대해 “상품이 좋으면 팔리고, 상품이 나쁘면 안 팔리는 것”이라며 “전경련 개혁안이나 개혁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그럴듯해 보이면 4대 그룹은 자연스럽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경련과 4대 그룹 실무자들이 상당한 소통을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다.
지난 2월 23일 회장대행을 맡으며 6개월로 자신의 임기를 제한한 그는 거취와 관련, “임기가 끝나더라도 개혁이 실행되는지 자문하고 협조하고 필요하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경련과의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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